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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덴탈리즘의 차이를 논하고…’ 韓銀 파격 승진시험 화제
뉴스종합| 2013-09-10 08:45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반 서구주의)의 차이를 논하고 세계교역의 확대가 세계평화에 미치는 영향을 쓰라.’

지난 6일 치러진 한국은행의 승진시험이 지난해에 이어 화제다. 300점 만점인 승진시험에서 가장 많은 비중(60점)을 차지하는 논술 문제의 주제 때문이다.

37명의 과장 진급 후보자들은 이날 두가지 논술 주제가 적힌 시험지를 받았다. 하나는 ‘오리엔탈리즘…’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의 차이를 서술하라’는 질문이었다. 시험에 참여한 한 조사역은 “시험에 문사철(문학ㆍ역사ㆍ철학) 관련 이슈가 나올지는 알고 있었다”면서도 “이런 유형이 출제될 줄은 전혀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딱 봐선 중앙은행 업무와 동떨어져 보이는 한은의 논술 시험은 광범위한 주제에 독창성을 중시하는 프랑스 대입시험 ‘바깔로레아’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논술 시험에서도 ‘삼강오륜(三綱五倫)의 현대사적 의미를 논하라’, ‘대중문화와 현대예술의 바람직한 관계를 기술하라’라는 주제가 출시돼 응시자들을 ‘당혹’케 했다. 그래선지 지난해 낙방한 사람은 전체 응시자의 20%에 달해 예년에 비해 많은 인원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한은의 승진 시험은 지난 2010년 김중수 총재의 취임 이래로 큰 변화를 겪었다. 김 총재는 한은의 경직된 문화를 꼬집으며 문사철을 바탕으로 한 유연하고도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승진 시험도 경제 및 업무 능력을 넘어 인문학적 사고력까지 테스트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조강래 한은 연수총괄팀장은 10일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길러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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