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뮤지컬, 추억에 빠지다
라이프| 2013-09-11 11:03
상반기 창작 뮤지컬로 대성공을 거둔 ‘그날들’에 아줌마ㆍ아저씨 단체 관람이 줄을 이어 화제가 됐다. 제작사 이다엔터테인먼트는 중장년 관객이 평일에는 전체 객석의 30~40%, 주말에는 절반까지 육박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주로 20ㆍ30대 여성이 대부분인 여느 뮤지컬과는 다른 객석 양상을 띤 것.

이런 잠재 수요 발굴에 고무된 것일까. 올 가을과 연말ㆍ연초 시기에 중장년을 겨냥한 창작, 라이센스, 오리지널 내한 등 다양한 뮤지컬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그날들’ ‘바람이 불어 오는 곳’에 이어 가수 고 김광석 노래로 만든 또 한 편의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가 12월 8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최근 잇단 흥행 영화로 주목받는 영화배급사 뉴(NEW)의 첫 뮤지컬 투자이자, 서울시뮤지컬단과의 합작이다. 영화, 연극, TV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장진 감독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줄거리는 20년 전 대학교에서 만난 첫사랑을 회상하는 현재의 중년과 기억 속의 찬란한 청춘 시절이 교차하는 이야기 구조다. ‘그날들’과 달리 유족으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은 김광석의 미발표곡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김광석 자작곡이 쓰인다.

1990년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고스트’가 오는 11월 24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7개월간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장기 공연에 돌입한다. 영국 웨스트엔드 라이선스 뮤지컬로 주원, 김준현, 아이비, 최정원, 정영주 등이 출연한다. 영혼과 인간의 영원불멸의 사랑, 우정과 복수, 권선징악 등 보편적 이야기에 특수효과와 마술을 재현한 무대장치 등 볼거리를 입혀, 20여년 전 극장에서 영화를 봤던 중장년 세대와 젊은 세대를 모두 포용한 작품이다.

추억의 올드팝으로 만든 주크박스(특정 가수의 노래로만 음악을 엮은) 뮤지컬의 오리지널팀도 잇따라 한국 관객을 찾는다. 1970년대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을 엮어 만든 ‘맘마미아’의 영국 오리지널팀이 오는 11월 26일부터 내년 3월 2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4개월간 장기공연한다. ‘댄싱퀸’ ‘땡큐 포 더 뮤직’ 등 흥겨운 아바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국내선 라이선스 뮤지컬이 2004년 초연 이래 10년간 흥행 롱런을 거둔 작품이다.

‘쉐리’ ‘빅 걸스 돈 크라이’ ‘워크 라이크어 맨’ ‘캔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 등 1960년대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그룹 포시즌스의 노래를 엮은 ‘저지보이스’가 내년 1월 17일부터 3월 23일까지 2개월 반 동안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공연한다. 아시아 투어로는 싱가포르에 이은 두 번째다. 1961년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프랭키 밸리, 토미 드비토, 밥 고디오, 닉 매시 등 가난한 10대들이 음악을 향한 열정만으로 뭉쳐 밴드를 결성하고 빌보드 차트 1위에 자신의 곡을 올리기까지 성공의 과정과 성공 이후 찾아온 결별과 해체까지 포시즌스의 모든 것을 담았다.

① 고스트                                                                  ② 저지보이스                                                                                    ③ 맘마미아

‘맘마미아’ ‘저지보이스’ 내한공연이 60ㆍ70년대 팝음악을 듣고 자란 중장년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향하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지보이스’의 김용관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남녀노소에 국한하지 않는 젊은층과 중장년을 아우르는 공연이다. 무엇보다 남성 관객이 늘어야하는데 늘 반쪽 게임이니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기획은 20ㆍ30대 여성 위주인 뮤지컬 시장 수요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티켓예매사이트 운영사 인터파크INT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뮤지컬 티켓 예매자 가운데 40대 이상 비중은 13%, 17.2%, 17.6%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남성 비율은 36%, 37%, 36%였다.

이는 또한 구매력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상, 지난해부터 대중문화계에 불어닥친 복고 열풍, 대중가요 공연계에서 조용필ㆍ이문세 등 대가들의 건재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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