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ㆍ홍석희ㆍ이정아 기자]민주당이 13일 전날 청와대의 여야 대표 3자회동을 수용했다. 당초 유보 입장을 보이던 민주당이 하룻만에 ‘수용’으로 방침을 선회함에 따라 오는 16일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3자회동이 꼬일대로 꼬인 정국의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입장차가 워낙커서 의미있는 합의에 도달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담의 형식보다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역사의 전진을 위해서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에대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달 3일 김 대표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양자회담을 제의한 지 꼭 40일만에 회담이 성사됐다. 회담형식을 놓고 ‘2→3→5’ 숫자싸움만 반복하다 결국 3과 5를 결합한 절묘한 중간지대에서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이날 회담 테이블에 올려질 ‘메뉴’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이 회담 의제로 올려 놓을 국정원과 민주주의에 대한 청와대와 민주당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3자회담에 응하면서 “국정원 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담보되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아, 국정원이 주요 의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기관이 헌법을 부정하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데 대해선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 엄중한 시선”이라면서 “대선 전후해 벌어진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정치개입에 대해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한 시대를 뛰어넘는 확고한 청산 의지와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특히 “박 대통령이 한 시대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로 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국가정보기관을 국민과 역사의 관점에서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말해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사법적 응징과 함께 인적ㆍ제도적 청산 등 국정원 개혁을 분명하게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논란과 경제민주화 및 복지확대 문제 등도 집중적으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민주당의 입장은 듣겠지만, 판단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몫이자 별개라는 판단이다. 이에따라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통령의 사과 혹은 에둘러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의 선물 보따리도 없을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이미 박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국정원에서 도움을 받은 적도 없고, 대선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오히려 이번 회담을 통해 국정원 댓글 의혹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하반기 경제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같은 민생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청와대의 기류는 전날 3자회담을 제안하면서 “(회담 내용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화에 임하고자 만남을 제의한다” “기존에 국민들이 가지고 계신 의구심과 정치권의 의구심을 털고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말에 담겨 있다고 분석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 개혁 의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야당 요구중 합리적인 부분은 언제든 적극 수용할 수 있다”며 “국회 내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은 국회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확답을 줄 수는 없다. 다만 국정원이 개혁안을 내놓으면 국회 차원에서 이를 논의할 수도 있지 않냐는 생각을 자세하게 설명하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hanimomo@heraldc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