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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추석선물로 본 '朴대통령 스타일'
뉴스종합| 2013-09-17 08:35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얼마전 중국 정부는 공무원의 ‘공금 월병 구매’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중추철(우리나라의 추석)을 장식하는 대표 명절 음식인 월병이 뇌물로 변질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고육지책인 것입니다. 중국의 대표 중추절 선물인 월병이 중국 지도자들에겐 뇌물인 셈이죠. 원나라 때 시작된 풍습이 2013년에 와서는 없애야 할 나쁜 관습으로 돌변했습니다.

추석 선물은 시대상황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합니다. 특히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추석선물은 그 자체가 주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봉황이 그려진 대통령의 추석선물은 때로는 권력의 상징으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이 챙기는 사람이라는 징표로 과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에 와선 대통령의 선물은 ’권력‘의 코드라기 보다는 ’격려'와 ‘보은’(?)의 의미 이상을 갖기 힘들다고 합니다. 추석 선물을 받는 대상도 많아졌을 뿐 아니라 그 내용물도 농산물 등으로 값어치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맞은 첫 추석 선물은 잣과 유가찹쌀, 육포가 선정됐습니다. 특히 잣과 육포는 박 대통령이 정치인 시절부터 지인들에게 평소 명절 선물로 자주 하던 것들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불교계 인사들에겐 육포 대신 호두를 보냈습니다.

16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 설명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회담장소인 사랑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3자 회담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그리고 비서실장들이 각각 배석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이 중에서도 폐백 음식으로 쓰이는 육포는 고기를 한결같이 저미고 정성스럽게 말린다고 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일종의 감사의 마음과 함께 보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죠.

이번 박 대통령의 선물 배송 송장에는 선물을 보내는 주체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홍길동‘으로 기재돼 있는 것도 이채로운 대목입니다. 최대한 대통령의 선물이라는 것을 표시하지 않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엔 혹여 대통령 선물이 완장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깔려 있습니다. 이는 새 정부 초기 한때 선물용 대통령 시계를 만들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추석 선물 목록엔 평창 대관령 황태채, 경남 사천 멸치, 전남 여수 멸치가 올랐습니다. 수산물 소비를 장려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에서라고 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외에도 재임 기간 중 추석 선물로 각지의 특산물을 하고는 했습니다. 각지의 특산물을 주로 한 데엔 국민통합의 의미를 담았던 거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석 선물은 다양했습니다. 복분자와 한과(2004년 추석), 전통 민속주 문배주와 독도산 오징어, 남해 죽방멸치, 강원 홍천산 잣(2005년 추석), 이강주(2007년 추석) 등을 선물했습니다. 이채로운 것은 매년 전국 각지의 민속주가 빠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의 선물이 이처럼 특산물 위주로 자리잡은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 부터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부친이 잡아서 가공한 고향 거제도산 멸치를 선물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YS 멸치’로 불린 이 멸치를 보통 3000~5000상자 이상 명절 선물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거제도 멸치가 대통령 멸치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엔 인삼과 수삼을 즐겨 선물했습니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나무의 나무상장에 담아 ‘봉황 인삼'이라고도 불렸습니다. 그야말로 임금의 하사품으로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른바 명절 격려금인 ’떡값‘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국회의원들에겐 100만~200만원씩 나눠줬으며, 주요 인사에게는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떡값 명목으로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의 선물을 받는 이들도 시대에 따라 달랐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 시절엔 권력의 핵심인 군부 주요 인사들만이 대통령의 추석 선물을 받는 영광(?)을 얻었으며, 노 전 대통령의 떡값은 주로 정치인들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추석 선물 대상자는 총 9000여명으로 독도의용수비대ㆍ제2연평해전ㆍ천안함ㆍ연평도 포격 희생자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와 환경미화원, 사회복지사, 어업감독원, 도로보수원 등이 포함된 게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hanimomo@heraldcorp.com



<사진설명>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 추석선물로 잣, 유가찹쌀, 육포를 9000명에게 보냈다. 특히 고기를 저미고 정성스럽게 말려만든 육포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시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김한길 대표에게는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어렵게 성사된 3자 회동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합의문조차 작성하지 못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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