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법안처리 꽉 막힌 국회...추석 선물 처리는 일사천리
뉴스종합| 2013-09-17 09:50
추석 명절을 앞둔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은 몰려드는 택배 기사들과, 선물 꾸러미를 한 아름 끌고 올라가는 보좌관들이 하루종일 바쁘게 오간다. 매년 설과 추석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다.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보낸 것도, 또 지역구 업체에서 보낸 것도, 의원들끼리 주고받는 것 까지 선물의 의미도 다양하다. 종류 역시 자신의 지역 토산품이나 사과 같은 과일 세트, 한우 선물세트, 와인이나 인삼까지 가지각색이다.

이렇게 300명 국회의원들에게 배달된 선물을 처리하는 것도 의원들에게는 나름 중요한 일이다. “일부는 의원님들이 직접 가져가기도 하고, 대부분은 같은 방 식구(보좌관)들에게 나눠준다”는게 많은 의원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의원들의 대형 세단 드렁크에 다 못 담을 정도로 선물이 많다 보니, 나름 고안해낸 ‘일석이조’ 처리 방법인 셈이다. 그래서 명절을 앞둔 보좌관들의 퇴근길에는 2~3개의 선물 보다리가 들려있기 다반사다. 나름 명절 보너스인 셈이다.

일부 의원들은 받은 선물을 재활용하는 알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선물을 많이 받는 만큼, 줄 곳도 많은 것이 국회의원들의 숙명인 까닭에 염치불구하고 ‘선물 재활용’에 나서는 것이다. 들고 나가는 선물이 많은 날에는 재포장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다보니 안에 있는 명함만 바꾼 채 내용물조차 확인 못하고 다시 택배차에 실리기도 한다. 어떤 보좌관은 그래서 국회의원 회관을 “선물이 지나가는 곳”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아직은 일부지만 ‘기부파’도 생겨났다. 딱히 챙겨야 할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이나, 지역구가 아닌 유관단체와 관계가 더 중요한 야당 의원들에서 ‘기부’가 흔하다. 정의당 소속 한 의원은 명절 선물을 장기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전달했고, 또 다른 의원은 국회 내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받기만 할 뿐, 주는 것에는 인색한 의원들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좌관들에게조차 입 닥고 자기 집으로 가져가기 바빴던 의원도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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