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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거주춤한 청와대 · 채동욱
뉴스종합| 2013-09-17 11:02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소문만 갖고 감찰하느냐”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흠결 없으면 사표 수리 안하겠다”고 답변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돌아올 수 있을까.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혼외 아들 의혹’의 한가운데 있는 채 총장과 청와대의 상식 밖 뒤처리로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깊어지고 있다. 치졸한 게임을 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채 총장의 사의 표명 과정도 석연치 않치만, 사의 표명 후 청와대의 행동은 더 석연치 않다. ‘사퇴압박’이라는 평검사의 반발 기류가 확산되자 청와대는 서둘러 사표 수리 유보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채 총장에게 ‘결자해지’하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난 모르는 일이다. 책임없다”고 강변하는 듯하다. 청와대는 채 총장 개인의 지극히 윤리적인 문제로 몰고가고 있지만, 정작 대한민국 최고권력기관인 검찰은 자존심만 구긴 채 청와대와 채 총장의 입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

청와대는 또 특별감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적법한 ‘임의적인 방법’으로 감찰을 벌였다고 하지만, 뒤늦은 해명이다. ‘기획감찰’의 의심을 사게 만들었다.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 군의 가족관계등록부상 내용, 학적부상의 부친 이름, 혈액형 등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가 쏟아졌다.

두문불출하고 있는 채 총장은 어떤가. 혼외 아들 언론 보도에 사실무근이라면서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만한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이 아니라면 사표를 낼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이에 맞서야 했다. 사표를 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검찰조직을 염두에 두지 않은 비겁한 행동이다. 채 총장과 청와대가 핑퐁하듯 공을 주고 받으면서 검찰 사상 초유의 식물총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도 나왔다. 이제 본질은 ‘사표 보류’가 아니다.

설령 혼외 아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만신창이 채 총장은 더이상 검찰을 이끌 리더십을 잃고 말았다. 청와대도 채 총장을 재신임할 수 없다.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 사표는 당장 수리되는 게 맞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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