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Fed 후폭풍, 투자 명암 어떻게 갈릴까…
뉴스종합| 2013-09-24 10:14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하기로 하자 향후 투자자산 결정을 두고 시장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고위험 자산에 베팅한 대형 투자자들은 이익을 본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한 이들은 손실을 내는 등 투자 명암이 엇갈렸다.

▶고위험 자산 투자↑=채권ㆍ주식ㆍ파생상품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 대형 투자자들은 대거 이익을 봤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자 아시아판으로 전했다.

특히 거시 경제의 흐름을 예측해 투자하는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Fed 의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고 주택 경기를 비롯한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보다 부진하는 등 잇따라 악재가 터지자,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Fed가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을 시작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헤지펀드들은 미국과 신흥국의 국채 투자규모를 유지하는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채권펀드사 핌코를 비롯해 미국 채권을 대량 보유한 펀드사들이 대규모 수익을 냈다. 미국 폐쇄식 펀드에 투자한 더블라인 캐피탈의 뮤추얼펀드 수익율은 최근 한 달 동안 2% 올랐으며, 미국 채권과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맨그룹의 주력 펀드 AHL과 윈턴캐피탈의 윈턴도의 수익도 2∼5%대의 수익을 냈다.

또 신흥국에 투자한 헤지펀드들도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테이퍼링 우려 감소로 FTSE 이머징마켓지수가 3달만에 1000선을 넘는 등 신흥시장의 충격이 예상보다 덜한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중남미 주식시장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울트라라틴아메리카 프로펀드는 지난주 5.6%의 수익을 거뒀다.

이와 더불어 캑스턴어소시에이츠, 튜더인베스트먼트, 무어캐피탈 등도 Fed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미국과 신흥국 채권 베팅을 유지해 이득을 본 대표적 매크로 헤지펀드사들로 꼽혔다.

이와 관련해 헤지펀드 GAM의 안토니 롤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테이퍼링 우려가 사라지고, 서머스가 사퇴하고, 메르켈이 승리를 거둔 현 상황에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많은 대형 글로벌매크로펀드들이 주식, 신흥시장, 파생상품에 다시 손을 대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카이브릿지 캐피탈의 트로이 게이스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Fed의 결정으로 인해) 가장 큰 승리를 맛본 이들은 글로벌 경제 회복이나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와 상관없이 고위험 자산을 적극 사들인 이들이다”고 설명했다.

▶금↓ㆍ에너지↑=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금은 지난 FOMC 회의 이후 가격이 떨어지며,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FOMC 회의 직후인 19일 이후 계속 감소해 23일에는 온스당 1327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해 미 경제매체 CNBC는 헤지펀드 매니저 데니스 가트먼의 말을 인용, 금값 후퇴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금 애호가로 유명한 가트먼은 이날 인덱스유니버스사의 인사이드 커머디티 컨퍼런스에 참석해 “더이상 금을 안전자산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자산의 가격은 하루만에 2%씩 떨어지지 않는다”며 단순히 안전자산의 보유를 위해 금을 사들이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트먼은 “금이 상품시장에서 거래되고는 있지만 상품이 아니라 현금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특히 엔화와 금의 가치가 반대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향후 환율 변동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같은 자리에 참석한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금을 비롯한 원자재의 슈퍼사이클이 막을 내리고 있다”며 금 투자 경계론에 힘을 보탰다.

한편 가트먼은 “선물시장에서 에너지 품목이 현재가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어 앞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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