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점점 늘어나는 ‘정부의무지출’…나라살림 운용 더 경직된다
뉴스종합| 2013-09-27 11:04
각종연금 · 보험 · 지방재정보조금 등
2016년엔 전체지출의 절반 넘어
법개정 없는 한 예산에 자동편성

세입여건 개선가능성도 적은 상황
결국 복지공약 구조조정이 해법


나라 살림의 운신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입 여건이 악화되는 와중에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비중이 점차 커져 2016년에는 절반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의무지출 비중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복지공약 수정 없이는 탄력적인 재정 운용이 힘든 실정이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3~2017년간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6.9%에 이른다. 전체 재정지출 증가율 3.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의무지출은 법률에서 지출 의무나 지출 규모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지출이다. 각종 연금과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급여 등 사회복지 지출과 지방재정 보조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민연금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기초노령연금법, 영유아보육법 등의 법을 국회가 바꾸지 않는 한 매년 정부 예산에 자동 편성된다.

노인인구와 연금수급자 증가 등으로 복지 분야 법정지출은 연평균 9.1% 늘어난다. 고령화 진전으로 연금수급자 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 탓이다.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한 지방이전재원도 연평균 5.7% 오른다.

이에 따라 전제 정부 재정지출 중 의무지출 비중은 올해 46.3%(본예산 기준)에서 2016년 50.7%로 절반을 넘어서고 2017년에는 51.7%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의무지출의 증가는 재정운용 탄력성을 훼손한다. 경제위기 발발 등에 따른 대규모 재정 확대가 필요할 경우 정부의 여력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긴축재정을 펴야 할 경우에도 줄일 수 없는 예산의 비중이 커지면 필요한 만큼의 지출 축소가 어렵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해서는 재량지출 증가를 억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 관계자는 “손댈 수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세출 절감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량지출 증가세 조정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뤄야 가능하다. 정부가 추산한 2013~2017년까지의 재량지출 연평균 증가율 0.4%는 2015년 이후 연 4% 경제성장을 감안한 수치다. 향후 4%대 이상의 성장을 해야 경기활성화에 소요되는 재원을 아낄 수 있다.

물론 곳간이 넉넉하다면 의무지출 증가에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문제다. 당장 내년 세입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고 이후에도 세입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비과세ㆍ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잘 걷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세입 여건이 열악함에도 재정 투입을 통해 경기회복과 그에 따른 세입 확충을 목표로 했다”며 “결국 경기가 살아야 재정건전성도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4% 성장 전망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과도한 재정이 소요되는 주요 복지 공약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의무지출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남현 기자/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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