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위크엔드] 황우여 대표 ‘이승만 다시보기’ 꼽아…김한길 대표는 알베르 카뮈의 ‘손님’
뉴스종합| 2013-09-27 11:09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들은 ‘인생을 바꾼 책 한 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본능 차원의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복잡다기한 인생이 책 한 권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신화적 믿음은 ‘인스턴트 세대’의 얕은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 믿는 까닭이다.

스스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다독가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인생 바꾼 책’ 요청에 “책 하나에 휘둘리는 인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질문을 바꿔 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주문했을 때 그는 주저없이 중남미 문학의 대표작 ‘백년 동안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의 ‘손님’ 세 권을 꼽았다. 최근 그의 마음을 움직인 책은 ‘불평등의 대가’(조지프 스티글리프)다.

김 대표는 “불평등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시장의 정치적 힘과 정치적 권모술수 때문이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 역시 결국은 정치”라며 “최근 상황에 빗대 영감을 많이 받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안철수 의원이 휴가기간 읽겠다고 밝힌 3권(미생ㆍ정글만리) 가운데 한 권이기도 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승만 다시보기’를 꼽는다. 출판사 기파랑에서 출간한 이 책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관해 학자, 언론인 등이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이 대통령이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하고 한국 1호 ‘박사’ 학위를 받고, 초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썼다.

새누리당 내 경제통 이한구 의원은 소문난 ‘다독가’다.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후 매주 2~3권씩은 꼭 읽는다는 이 의원은 최근 조지프 슘페터가 쓴 ‘경제분석의 역사’, 라이지엔청의 ‘경제사 미스테리 21’, 삼성경제연구소가 출간한 ‘세계를 뒤흔든 경제대통령들’을 봤다고 했다.

이 의원은 “경제관련 책뿐만 아니라 불교와 철학ㆍ역사 관련 책도 많이 읽는다. 중국 역사를 만든 인물을 소개한 ‘중국인이야기’도 최근 본 책 중 수작”이라고 설명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최근 알랭 바디우가 쓴 ‘사도바울’을 읽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수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했다. 전파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민주당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추천 책에 올렸다.

강 의원은 “최근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봤는데 지금은 삶이 녹록지 않고 힘들지만, 희망을 향해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회에는 ‘책 읽는 국회의원 모임’도 있다. 책읽는 문화를 만들고, 출판업계 불황에 도움을 주며, 공부하는 의원이 되자는 게 모임 취지다.

지난 7월 결성된 이 모임을 주도한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요즘 다들 책을 너무 안 읽는데 의원들이 솔선하자는 취지에서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현재까지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 소설가, 영화 ‘고령화 가족’의 원작을 쓴 소설가 천명관 작가 등을 초대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한편 의원들은 물론 국회 보좌관ㆍ비서관이 자주 이용하는 국회 내 서점에선 9월 현재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가 가장 잘 팔리고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유달리 ‘인문ㆍ사회과학’ 서적으로만 가득 차 있는데, 이 서점 주인은 “정치학ㆍ사회학ㆍ철학ㆍ역사 종류의 책만 많이 나간다. ‘정글만리’ 같은 소설책이 많이 팔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김종대), ‘2014년 지방선거를 위한 당선노하우’(정창교),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고한석) 도 많이 팔리는 책이다.

홍석희ㆍ백웅기ㆍ조민선ㆍ이정아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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