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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X 파일)골드의 추억…아이폰 5S는 ‘베컴폰’이 될 수 있을까요?
뉴스종합| 2013-10-03 08:36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2008년 명동 지하상가 일대에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도배된 적이 있었습니다. 모토로라코리아가 ‘레이저 스퀘어드 럭셔리 에디션’을 국내 출시하며 베컴을 홍보 모델로 내세우던 때였죠. 18K 금 도금 디자인에 60만원대 가격이어서 그 때 당시만 해도 최고급 프리미엄폰이었습니다.

모토로라코리아에 몸담았던 한 지인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레이저 스퀘어드 럭셔리 에디션을 회상하며 일명 ‘베컴폰’ 덕에 레이저 스퀘어드가 밀리언셀러(100만대)를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중소기업 사장들이 주요 고객이었다고 귀띔도 했습니다.

한때 골드폰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베컴폰의 후속 주자가 다시 나타날 조짐입니다. 아이폰 5S 골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공개 이후 줄곧 블랙과 화이트 계열의 색상만 선보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골드 컬러를 채택했습니다.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벌써부터 아이폰 5S 골드를 기다리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주말 들렸던 스마트폰 대리점 및 판매점에 주말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몇통 걸려왔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최신폰을 구매하려 했던 사람들이 아이폰 5S 골드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겁니다. 2009년 국내 첫 아이폰부터 아이폰 5까지 개통 업무를 담당했다는 중구 한 대리점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Again 2009’가 될 수도 있겠다”며 아이폰 5S 골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심상찮다고 전했습니다. 

홍보대사로 나선 데이비드 베컴.


아이폰 5S 골드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5%를 밑돌 정도로 싸늘한 취급을 받고 있는 아이폰이 다시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폰 5S에 64비트 프로세서, 지문인식, 동작인식 센서가 새롭게 탑재됐지만 사용자들은 무엇보다 골드에 가장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국내 제조사들도 골드 아이폰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단적인 예가 지난달 말 삼성전자 글로벌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게시글입니다. ‘삼성폰의 골든 역사(Golden History of Samsung Phones)’라는 제목으로 삼성전자는 2004년 선보인 아테네 올림픽폰부터 지난 8월 아랍에미리트에 출시한 갤럭시 S4 골드에디션까지 최근 9년 동안 나온 삼성폰 골드 모델 9종을 열거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골드 계열 제품만을 선별해 블로그에 올린 것은 갤럭시 S4 골드에디션이 아이폰 5S 골드를 의식해 내놓았다는 추측이 나온 직후입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4 골드 에디션이 아이폰 5S보다 앞섰고, 골드 색상 역시 삼성전자가 오랜 시간 선점해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컴폰이라 불렸던 레이저 스퀘어드 럭셔리 에디션

미묘한 신경전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 아이폰 5S 골드가 출시 10분 만에 매진되는 등 신규 아이폰 900만대 판매(3일간)에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도 아이폰 5S 골드는 1시간 만에 예약이 완료되고, 거래 가격이 두 배로 뛸 정도였습니다. 이에 애플도 아이폰 5S 골드 생산량을 30% 이상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폰 5S 골드 출시 이후 최대 관전 포인트는 갤럭시 충성도가 높았던 중장년층 ‘변심’ 여부입니다. 안드로이드와 대화면에 익숙해져 있는 갤럭시 고객들이 ‘4인치 아이폰’으로 옮겨갈지, 보조금 규모 등이 변수입니다.

삼성전자가 중년층을 주 타깃으로 삼은 갤럭시 골든이 얼마나 선방할지도 관심 사항입니다. 금색인데다가 폴더폰 디자인에 스마트폰 기능을 구현해 중장년들이 스마트폰을 쉽게 쓸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사장들만 골드 색상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더니 꽤 많은 여성 사용자들도 아이폰 5S 골드를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 베컴폰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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