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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든 고객들 “高위험 피하자”…‘원금 보장’ 상품이 대세
뉴스종합| 2013-10-07 08:41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인들의 위축된 투자 성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국내외 금융시장이 개인들의 투자 심리를 움츠리게 만든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확대되고 있지만 고수익만 쫓는 고객들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최소한 원금은 지킬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가 대세로 굳었다. 소위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수익이 나면 일부만 챙겨가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원금은 보장되는 구조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7일 “자산 운용의 선택 기준이 ‘수익성→유동성→안전성’에서 ‘안전성→유동성→수익성’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면서 “정부의 ‘과세 강화’ 정책으로 고액 자산가는 절세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길 잃은 돈, 은행에 넘친다= 주식, 부동산에 몰렸던 자금이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은행의 예ㆍ적금으로 유입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 수신은 15조5000억원이 늘었던 반면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석달째 줄고 있다. 종류별로 주식형 펀드는 1조7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는 1조1000억원, 채권형 펀드는 3000억원 등으로 모두 감소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주식에 투자했던 개인들이 환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현금화된 자산은 은행의 단기상품으로 들어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른바 ‘단기 대기성 자금’이다. 투자할 곳이 생기면 쉽게 빼내 쓸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은행에 맡겨두는 돈이다. 실제로 8월 한달간 은행의 정기예금은 5조9000억원, 수시입출식예금은 7조원 급증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장세에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기도 불안하다”면서 “적절한 투자 시점을 기다리고 있어 보험 등 장기로 가져가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원금 보장’ 상품이 대세= 변동성이 큰 장세는 최소한 2~3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경제대국의 경기 전망이 여전히 어둡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 운용도 당분간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박승안 센터장은 “예전에는 고객들이 PB가 상담한대로 믿고 돈을 맡겼지만, 지금은 추천받은 상품을 크로스체킹(교차확인)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회피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대세는 원금 보장형 상품이다. 예ㆍ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서 잘못되더라도 원금은 지킬 수 있다. 가령 신한은행의 경우 만기 1년6개월짜리인 주가지수연계예금(ELD)의 금리는 연 2%로, 수익이 실현될 경우 연 6%까지 받을 수 있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2.7%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력적이다.

이관석 팀장은 “손실에 대한 깊이가 깊어지면서 원금 보장형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정기예금 비중을 70~80%로 하면서 나머지를 ELD와 같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의 경우 절세형 상품이 인기다. 적립식 저축보험의 경우 5년 이상 일정한 금액(최고 2억원)을 불입한 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브라질 채권과 같이 국가간 조세 협약으로 비과세가 되는 채권이나 물가연동채권처럼 표면이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고 물가상승에 따른 원금상승분은 과세를 하지 않는 절세형 상품에 대한 문의도 꾸준하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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