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16 복면사마의 게임캠퍼스 이야기] 우물 안 개구리
게임세상| 2013-10-07 11:17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을 가슴 깊게 실감했던 적이 있다.
필자가 박사 과정을 시작했을 무렵 국내에는 벤처붐이 한창이었으며 여러 기관에서 벤처창업에 대한 사업공모나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개최하던 시기였다. 그 중 한 공모전에서 운이 좋게도 입상해 실리콘밸리 연수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연수 일정 중 글로벌기업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의 발생지인 스탠포드(Stanford) 대학을 방문하게 됐다. 이곳 저곳 교정을 둘러보다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칼레의 시민' 이라는 작품을 만났다.
책에서만 보던 그 유명한 로댕의 작품 중 걸작 중의 걸작을 대학 교정에서 바라보며 한참 동안 생각에 빠졌었던 기억이 난다.
'만약 내가 어릴 때 이곳에 왔었더라면…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겠구나'
처음으로 좀 더 넓은 세상을 가슴에 담고 살지 못한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오랫동안 수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이 참 좁은 게임 세상 안에 갇혀 산다는 것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의 게임업계의 구조나 판도 상 편협한 게임플레이 경험을 쌓게 된다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콘텐츠 자체의 게임성이나 창의성이 매우 낮은 온라인게임 일색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근래에는 스마트폰 기반의 게임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게임의 다양성이나 독창성은 PC온라인게임 시절보다도 더 퇴보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게임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이 아주 폭넓은 게임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있어 게임이라는 세상은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해 온 게임의 범주안으로 축소되기 때문에 그 벽을 넘어서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 된 것이다.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의 콘셉트 기획서를 받아보며 토론을 하게 되는데, 학생 자신은 자신의 콘셉트가 기존의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매우 독창적인 것이라며 열변을 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차분히 하나하나 따져가다 보면 거의 대부분 자신이 해봤던 게임들의 조합이거나 변형 정도라는 것을 금새 알아차리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우리의 게임세상 밖의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필자가 어렸을 적 즐겨 했던 오락실용 게임들이나 패미콤(Family-Computer)과 같은 게임전용 콘솔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들보다도 훨씬 더 넓은 게임세상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고전게임들을 많이 해보라고 권한다. PC온라인게임만 주구장창 파고들지 말고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들을 경험해보라 권한다. 그 넓은 게임 세상을 경험하길 바래서이다. '너희가 알고 있는 세상, 너희가 눈에 담은 세상, 결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그런 말들이 넓게 보는 눈이 트이지 않은 그들에게 들릴지 만무하지만, 그래도 빠른 시간 내에 깨닫고 좀 더 멀리 그리고 넓게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학생들이 꿈꾸는 게임 세상의 전부가 되지 않길 바란다.

글 |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편집국 gam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