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美 자동차, 명예를 되찾다
뉴스종합| 2013-10-08 11:03
영화 ‘델마와 루이스’ 같은 로드무비, 기타 연주와 함께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사막 한가운데 곧게 뻗은 도로를 가로지르는 멋진 머슬카는 미국과 자동차가 갖는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서부개척시대 역마차는 국토의 동서를 가로지르며 산업 수송을 든든하게 책임지는 트럭이 됐고, 이후 미국 역사는 자동차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자동차 제조업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산업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기간산업이다.

금융업, 석유산업 등과 함께 미국 산업 발전의 역사를 함께한 자동차 산업은 한때 일본의 거친 추격으로 인해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부활에 성공하며 미국 제조업을 이끄는 중추산업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판매량 하락, 화석연료의 한계, 불안한 경제, 잠시 문을 닫은 정부 등 예상치 못한 변수와 위기론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왕국’ 위상은 한동안 변치 않을 것이란 게 많은 이들의 전망이다.


▶잠시 주춤하는 부활? 아직 저력은 남아 있다=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3.8% 하락한 114만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7개월간 증가세를 보이던 판매량은 처음으로 상승곡선이 꺾였다. 미국의 자동차업계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 중 하나인 제너럴모터스(GM)의 판매량은 지난달 18만7195대로 전년동기 21만246대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비관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판매량이 하락하긴 했으나 빅3 중 GM을 제외한 포드자동차와 크라이슬러의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5.8%(18만5146대), 0.8%(14만3017대) 성장했다. 물론 지난달보다 판매량은 하락했으나 포드의 판매량 개선은 트럭에 대한 수요가 전년 대비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지난 8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판매대수를 연간으로 환산한 결과 1610만대를 기록했고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하며 지난 2007년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판매량이 900만대에 불과했던 것에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GM은 지난달 판매량이 연율 기준 1530만대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자동차 수요는 2009년에 비해 80%가 증가했다. 그러나 당시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수만명의 인력이 해고된 터라 생산시설 증축 등이 곤란한 공장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인력을 늘리고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며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는 방법 등을 모색 중이다.

GM은 북미지역 미국, 캐나다, 멕시코 17개 공장 가운데 9곳을 3교대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으며 크라이슬러의 한 공장은 3000명의 신규 고용을 계획 중이다.

업체들의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크라이슬러의 레이드 믹랜드 미국영업부문 대표는 “여전히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있으며 전년 대비 판매량으로는 42개월 연속 판매량 확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에리히 머클 포드 판매 애널리스트도 “우리 정부가 아직도 불안한 미국 경제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피하고 정부 예산 마련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이 경기 회복의 신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시장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도 상대적으로 미국을 더욱 안정적인 시장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올 상반기 유럽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6.7% 감소한 644만대라고 발표했다.

미국 산업 발전의 역사를 함께한 자동차 산업은 한때 일본의 거친 추격으로 인해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지만, 최근 부활에 성공하며 미국 제조업을 이끄는 중추산업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GM의 콜벳 조립라인 모습.

▶미국 자동차 산업, 오욕의 역사와 위기의 순간… 자동차도 신성장동력 찾을 때=미국 자동차 산업이 언제나 승승장구했던 것만은 아니다. 포드자동차가 1910년대 벨트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본격적인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며 미국은 한때 전 세계 생산량의 85%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1980년대 빠르게 성장한 일본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의 브랜드에 밀려 영광의 자리를 내주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오일쇼크와 콤팩트하고 경제적인 차량 생산에 앞섰던 일본의 추격에 시대의 흐름을 뒤따르지 못한 미국 자동차 공룡들은 멸종의 위기를 눈앞에 뒀던 순간들도 있었다.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공황에 빠뜨린 경제위기와 함께 빅3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2009년엔 정부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됐다. 물론 2010년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를 계기로 다시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세계적인 공업도시이자 미국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 디트로이트는 지난 7월 180억달러의 부채를 떠안은 채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역시 주된 이유는 시정부의 복지정책도 문제였지만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큰 원인이었다.

여러 위기상황이 잦아지며 미국은 자동차 산업의 신성장동력을 찾기 시작했다. 의외로 자동차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가 시작됐는데,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 엘론 머스크는 전기차 상용화를 시도했고, IT기업 구글은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발명왕 에디슨이 꿈꿨던 전기차 개발은 100년이 지난 지금 머스크에게 바통이 넘겨졌다. 그의 테슬라모터스는 그동안 전기차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던 충전 인프라 시설 구축에 더욱 힘을 쏟고 있으며 모델S의 판매량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다만 최근 모델S의 차량 화재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뢰도가 하락한 가운데 이틀 사이 테슬라의 주가도 10%나 빠졌지만, 이미 테슬라 외에도 GM 등 여러 회사가 전기차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어 대세는 가솔린 차량에서 전기차로 조금씩 옮겨갈 전망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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