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위크엔드] 에너지공기업 수장들 국감 앞두고 “나 떨고 있니?”
뉴스종합| 2013-10-11 06:38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장ㆍ차관부터 아무리 잘 나가는 실세 공공기관장이라도 국회 국정감사장에 들어서면 어깨가 움츠러드는 법. 딱히 잘못한게 없어도 “죄송합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해야하고 진짜 실제 잘못한게 있는 경우 코가 땅에 닿도록 엎드려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주의보가 내려진 곳은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이다. 지난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되던 해외자원개발과 올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원자력발전소 비리가 가장 큰 현안이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가장 벼르고 있는 기관은 한국수력원자력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조석 신임 사장이 아직 취임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 정부서 지식경제부 에너지 부문 차관을 지낸 만큼 추궁할 것이 많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의 경우 지금까지는 한국전력공사와 같은날 국감 일정이 잡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상대적으로 한전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던 터. 하지만 이번 만큼은 28일 하루가 통째로 한수원 국감으로 잡힌 상황이다. 의원들은 조 사장이 현재는 한수원 사장이지만 차관 시절 담당하던 석유공사ㆍ가스공사 등의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서도 묻겠다는 계획이어서 조 사장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 역시 고민이 많다. 본인의 경영성과 보다도 이미 정치적 사안이 돼버린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로 국감장이 여야 의원들의 싸움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시름 놓는 기관들도 있다. 석유공사는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총대를 메오면서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으로 가까스로 낙제만 면했다.

그럼에도 서문규 사장은 집중 포화를 비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내부 출신으로 임원 시절 해외사업과는 무관한 쪽을 담당해오던 터다. 지난 6월부터 제기됐던 교체설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보존한 만큼 직접적인 책임을 질 것이 없어 의원들의 질문도 비켜갈 수 밖에 없게 됐다.

가스공사의 신임 장석효 사장 역시 비슷한 사황이다. 내부 출신으로 마케팅본부장과 자원사업본부장을 역임했지만 해외사업과는 큰 연관이 없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 연관성과는 별도로 기관에 대한 의원들의 압박성 질문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국감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현재 30개 공기업 중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전체의 16.7%인 5개 기관에 달하며, 87개 준정부기관 중에서도 5개 기관이 공석”이라며 “이들 기관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기관장조차 없는 상태로 국정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번 정부 들어 임명된 9명의 공기업 기관장들 가운데 5명은 9월 이후 임명돼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준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준비기간이 촉박하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새로운 CEO가 국정감사에 나간다 해도 기존의 잘못과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추궁하기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yj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