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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2회 회의 · 연봉 3000만원…神도 몰랐던 직장
뉴스종합| 2013-10-15 11:15
‘시급은 41만7000원입니다. 한 달에 2번, 3시간씩 회의에 참석만 하면 됩니다.’

2013년 한국 최저 임금(시급 4860원)의 86배를 ‘한큐’에 벌 수 있는 직장이 있다. 국민의 혈세로 받는 돈이기 때문에 사장의 눈치를 덜 봐도 된다. ‘신(神)’이 있다면, ‘신’이 숨겨뒀거나 또는 ‘신’도 모르는 곳에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이다. 이 직장은 어딜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윤석 의원(민주당)이 1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토부 산하기관 14곳 중 교통과학기술진흥원을 제외한 13곳 모두 비상임 이사 등에게 급여나 직무 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200만원 이상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통상 월 1, 2회 열리는 회의 참석 수당으로 매번 50만원씩을 추가로 수령했다. 연봉으로 따지면 3000만~4200만원을 버는 셈이다.

산하기관은 교통안전공단 대한주택보증(주) 대한지적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감정원 한국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다.

특히 비상임 이사들은 전문성과 상관없이 정당인, 전직 청와대, 시의원 등으로 확인됐다. 방만 경영과 막대한 부채 문제는 이런 비상임 이사들의 방관하에 일어나고 있다. 각 국토부 산하기관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강석준 한나라당 당협 사무국장, 고기원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위원장, 제4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이자 전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인 정연보, 조해구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정경모 경기도의회 7대 도의원, 박기영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정인철 전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 홍영기 전 한나라당 용인갑지구당 위원장, 한명철 한나라당 전 강서구을 위원장 등이 비상임 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산하기관의 경영 자문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공사 (부)사장, 정부 부처 차관급 인사도 다수 포함됐다. 김신복 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박선규 전 문화관광부 차관 등이다. 또 김병섭 서울대 전 행정대학원장, 임건우 전 현대건설 부사장, 김영관 전 대전시 부시장, 김주섭 전 한국담배판매인협회장, 유재홍 전 남수원 골프장 사장 등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책임 있는 경영 감시와 생산적인 경영 자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비상임 이사제도의 본연의 취지와 달리 청와대 출신이나 여당 출신을 포함한 친정부 인사들의 고정적인 수입원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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