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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포기? 어떻게 믿어…합리적 정책 혹은 기회주의
뉴스종합| 2013-10-16 10:01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대한민국의 에너지 대계(大計)가 흔들리고 있다. 중ㆍ단기 계획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하지만 커다란 밑그림을 그려야하는 산업계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 초안의 핵심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첫해에 41%로 잡았던 원전 비중을 대폭 축소시켜 22~29%로 낮추겠다는 것.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전기의 생산원가를 상대적으로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원전의 비중을 줄인다는 것은 곧바로 전기료 인상으로 직결될 수 있어 산업계는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차피 에너지기본계획 유효기간은 5년= 이에 대해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정권초 마다 완전히 뒤바뀌고 있어 다음 정권에서는 또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이번에는 정권교체도 안됐음에도 이정도인데 만일 5년 후 정권교체라도 일어나면 그때는 어떤 에너지기본계획이 나올 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는 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전기료 인하 등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한다는 논리를 기본으로 가져갈 지도 모르고 정반대로 있는 원전마저도 중단시키자는 극단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마찬가지로 이번 정책 초안의 유효기간 역시 박근혜 정부의 임기말까지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 현재로서는 모든게 불확실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향후 10년은 지난 정부 계획대로 원전 증설= 원전 업계 종사자들은 워킹그룹의 원전 비중 축소에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현재 21%인 원전 비중을 향후 41%까지 가져가려는 계획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독점 체제인 국내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당장 내년 가동 예정인 신월성 2호기와 신고리 3ㆍ4호기를 비롯해 2022년까지 총 9기의 원전 증설 계획이 확정된 상황이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이들 원전에 대한 건설은 보장한 상태다. 심지어 보고서에는 한수원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에 원전 2기 분량의 부지를 확보한 데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2022년까지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수립한대로 원전 증설이 계속 이뤄진다는 얘기다.

▶포퓰리즘적 에너지 정책?=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수립해야하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원전 비리 등 일련의 반(反)원전 여론을 의식해 정치적으로 급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어차피 우리 산업구조의 특성상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 워킹그룹은 이를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 및 자원개발, 수요관리 등으로 메워갈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지금도 효율성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ㆍ친환경 에너지의 비중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힘든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5년 전보다 훨씬 인기영합주의적, 비현실적으로 에너지 믹스를 구성했다는 얘기.

한 대기업 관계자는 “차라리 특정 에너지원의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은 이에 따른 대비가 가능하지만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어떤 준비도 할 수 없다는게 문제”라며 “냉철하게 따지고 분석해서 나와야할 미래 에너지 정책이 사실상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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