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의원들 ‘습관성 한방주의’... ‘억울한 희생양’속출
뉴스종합| 2013-10-17 09:47
국정감사에서 억울한 희생양이 속출하고 있다. 깜짝 놀랄 한방으로 주목받고 싶은 정치인들의 잘못된 습성이 엄한 사람들만 잡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계육협회는 소속 회원사들의 가축재해보험금 부당 수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14일 홍문표 의원(새누리당)이 닭 사육 농가에게 돌아가야 할 재해보험금 상당액을 대형 육계 회사가 가로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협회는 “보험금으로 밀린 사료대와 병아리 값을 치룬 것을 가지고 의원실에서 오해한 것”이라며 ”외상 대금을 정산 처리하고 나머지를 농가에 지급했고, 어떠한 부당한 사실도 없다”고 억울함을 항변했다. 영세 농가의 보험금까지 가로챈 부도덕한 회사로 지목됐던 곳의 한 관계자도 “좋은 일 하고도 욕만 먹은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중국 칭다오 물류센터 건설과 관련 김승남 의원(민주당)으로부터 비리 기관으로 낙인찍힌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aT는 김 의원이 현지 사정도 모른 채 청도 물류센터를 각종 부정비리가 판을 치는 곳으로 묘사했다고 강조했다.

aT는 “청도 물류센터 건설에는 CM사, 시공사, 설계사 등 많은 이해 관계자들, 브로커 등이 난립되어 있으며, 이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토대로 각종 모함, 투서 등 민원을 여러 기관에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지 고가매입, 리베이트 요구, 사업비 전액 탕진, 시공도면 유출, 향응제공, 특정인 관련설 등 대부분은 민원인의 일방적 주장이거나 이해당사자간 다툼”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aT는 이미 현지에 특정감사단을 파견, 결과에 따라 수사의뢰까지 할 예정이다.

이런 ‘일단 지르고 보자’ 식 폭로전은 국감 현장에서 국제적 촌극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5일 열린 정무위 국감장에 자동차 가격 사전 담합 의혹을 이유로 소환된 임준성 한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저희는 부동산 임대업회사다. 자동차와 관계가 없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헛다리 국감’이라는 비아냥이 나오자 임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던 민병두 의원실은 뉘늦게 “위증”이라며 반박자료를 냈지만, 정작 국감 현장에서는 ‘멍 하니 바라만 보며’ 단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

억울하기는 국산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각 포털 자동차면에서 인기기사 1, 2위를 기록했던 급발진 사고 1위와 리콜 1위로 각각 지목된 쏘나타와 SM시리즈를 만든 현대차와 르노삼성차는 모두 “해당 차량의 총 판매대수 대비 비율은 따지지도 않고, 또 ‘리콜=불량품’으로 모는 후진적 인식의 결과”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 같은 ‘묻지마 식 폭로’에 따른 잇단 희생양 속출에 대해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일단 불러놓기식 증인 채택은 국회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한 야당 의원도 “상시국감을 도입해 국회도 의혹이나 의문점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검토하고, 당사자들의 입장을 여유있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감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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