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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많은 세상과 소통…배우의 삶도 꽤 괜찮겠죠?”
엔터테인먼트| 2013-10-23 11:02
사랑엔 직구 던지는 씩씩한 윤서
‘굿닥터’는 나에게도 힐링 드라마
찍는내내 ‘좋은 배우’ 고민하게 돼
나와 닮은 캐릭터도 하고 싶은데
팬이 원하는 모습 배반할순 없죠


“엄마, 지금의 난 철이 없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어른은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네.”

느릿느릿 차분하다. 한 마디 한 마디 꾹꾹 눌러 나온 말 속엔 생각의 깊이가 담겨 있다. “오해를 주고 싶지 않아 생각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는 문채원은 그의 필모그라피를 떼고 보면, 어떤 빛깔의 배우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깨끗한 이목구비는 화려하기보단 수수하고, 도화지 같은 얼굴은 어떤 그림을 그려 넣어도 그만의 옷을 입는다. 차가운 눈빛의 애달픈 정향( ‘바람의 화원’)도, 불의에 눈 감지 않던 강인한 공주( ‘공주의 남자’)도, 사랑엔 맹목적이고 사업엔 냉철했던 은기( ‘착한 남자’)도, 따뜻하고 인간적인 윤서( ‘굿닥터’)까지도 모조리 문채원 자신인 것처럼 연기하는 배우다. “지금까지 나와 닮은 캐릭터는 하나도 없었다”지만 문채원의 이름이 곧 캐릭터로 읽히는 ‘흥행퀸’이다. 정직하고 진심 어린 연기는 남자배우와 최고의 화학작용도 한다. 

“제 얼굴을 지우고 캐릭터의 옷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많은 분들께서 캐릭터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을 두고 충격으로 느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내가 느낀 그대로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죠. 하지만 팬들이 제게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배반하고 싶진 않아요.”

드라마‘ 굿닥터’에서 차윤서 역을 맡은 문채원. 그녀는 “휴머니즘적으로 깊이 파고들었던 작품”이라며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과연 나는 좋은 배우이고 좋은 사람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모처럼 트라우마를 걷어낸 밝고 씩씩한 차윤서도 그랬다. 한껏 취기가 올라 노래방에선 열창을 했고, 서번트증후군(자폐증 환자 중 특정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증후군)을 앓고 있는 후배의사 주원(박시온)과의 사랑엔 용감한 직구를 던졌다. 진부하고 뻔한 의학드라마는 덕분에 ‘힐링 의드’라는 수사가 붙었다.

“ ‘굿닥터’는 휴머니즘적으로 깊이 파고들었던 작품이에요. ‘고민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것.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굿닥터’를 통해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과연 나는 좋은 배우이고 좋은 사람일까 생각했어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을 목표로 두다 보니 늘 갈증이 있었어요. 그 갈증이 사라진다면 일을 하는 의미가 없겠죠.”

드라마는 문채원에게도 ‘힐링’이었다. 갈증과 불만족의 그래프가 나란히 올라가던 때도 있었지만, ‘굿닥터’를 마친 이후 그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것으로 좋은 태도인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배웠다고 한다. “순수함을 잃는 것이 싫어 굳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도 드라마의 영향이었다.

“의학드라마는 한 번쯤 해 보고 싶었다”지만 “정치적이고 남성적인 의학드라마보단 내가 써 내려갈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굿닥터’를 만났다. 문채원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제 자신이 여자 연기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남자들이 써 놓은 스토리에 이끌려가는 캐릭터보단 능동적인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을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멜로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국 드라마에선 멜로에 따라 여자 캐릭터가 써 내려갈 수 있는 스토리가 다양해지니까요.”

때로는 “남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을 볼 때 갈증을 느낀다”며 “영화 ‘화이’를 볼 땐 철저히 관객이 된다”고 아쉬운 듯 낮은 숨을 내쉰다. 그래도 문채원에게 배우로의 삶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다른 직업에 비해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은 거겠죠. 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에 대한 시각이 변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연기를 통해 더 많은 세상을 볼 때, 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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