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서울 강남에 사는 연예는 박모 씨는 배기량 6000㏄와 3500㏄의 고급 외제차량을 보유하면서도 건강보험료(건보료) 311만원을 체납하는 동안 해외여행을 4차례나 다녀왔다. 7300여만원의 연봉을 받고 재산도 15억원에 달하는 고소득자 김모 씨도 건보료 153만원을 체납하면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1차례 해외에 나갔다.

이처럼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도 건강보험료를 장기 체납하는 이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장기체납한 지역가입자는 총 152만5000세대에 달했다. 이들이 체납한 액수만도 1조9791억원이나 됐다. 이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6만2404세대는 올들어 7월까지 한차례 이상 해외를 다녀왔고, 이들이 체납한 건보료만 903억원이었다.

건보료 장기체납자 가운데 올해 들어 30여 차례 이상 외국을 다녀온 체납자 수도 무려 231세대나 됐다. 출입국 횟수로 따지면 100회 이상 3세대, 51~100회 141세대, 31~50회 87세대, 11~30회 357세대, 2~10회 1만6659세대, 1회 4만5157세대였다.

공단 측은 이들 해외출입국자 대다수가 생계를 위한 보따리상이라 설명했지만 수백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도 고의로 건보료를 체납한 이들도 상당수로 파악됐다. 재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 윤모 씨는 총 재산이 236억원에 달하면서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건보료 976만5000원을 체납한 채 1차례 해외에 다녀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고액재산가들이 빈번하게 해외를 드나들고, 체납기간이 수십개월에 달하는데도 특별관리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고 방치된 점이다.

신의진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은 국세청 및 출입국관리사무소 등과 자료연계를 통해 체납자의 납부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고소득층 체납액에 대한 철저한 징수 조치를 해야 한다”며 “건보료 고의체납자들의 예금 및 재산 압류는 물론 해외 신용카드 사용 제한 등 징수 수단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