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현실...‘텔 미 허 스토리’전
라이프| 2013-10-29 10:21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지난 10년간 여성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담론을 탐구한 주제전과, 연극 영화와의 크로스오버 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온 코리아나미술관(부관장 유승희)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꾸몄다. ‘텔 미 허 스토리(Tell Me Her Story)’라는 타이틀로 국내외 작가 15명(14팀)의 영상, 영화, 사진, 설치작품으로 꾸민 이번 전시 또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국제기획전이다.

3개 섹션으로 이뤄진 이번 특별전은 여성의 사회적·자전적 경험, 소설, 영화, 신화와 동화를 토대로 허구와 실화의 경계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다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슬람 여성이 처한 억압적 현실을 다뤄온 이란 출신의 세계적 작가 쉬린 네샤트의 장편영화 ‘여자들만의 세상(Women Without Men)’은 이번 전시 중 가장 골갱이에 해당된다. 2009년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이란 소설가(샤누시 파시퍼)의 동명의소설을 환상적으로 소화해 전세계적으로 갈채를 받은 작품이다. 1953년 이란쿠데타 속 여성 4명의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여성의 삶과 정치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세르비아 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빅의 낯선 영상작품도 흥미롭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부엌에 얽힌 자전적 이야기와, 아빌라의 성 테레사의 신비한 공중부양 이야기를 오버랩시킨 ‘부엌’ 시리즈가 나왔다.

아르헨티나 작가 니콜라 코스탄티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마네킹을 정교하게 만들면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과정을 성찰한 영상 ‘트레일러(Trailer)’를 제작했다. 종국에는 자신의 분신을 파괴하는 장면이 섬뜩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한국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제인 진 카이센은 일본군 위안부, 기지촌 여성, 해외 입양아의 계보와 삶을 추적한 영상작품을 내놓았다. 또 한국 작가 홍영인의 자수작업도 볼 수 있다. 강원도 남성광부들이 일상에서 여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그들이 던진 말을 천 위에 수로 처리했다. 화장박물관으로 현대미술 전시를 연계해 전통문화와 나란히 감상할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인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성인 3000원, 학생 2000원. 02-547-9177.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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