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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수익성에 금융권ㆍ정치권 ‘채찍’까지…‘사면초가’ 대기업
뉴스종합| 2013-11-03 11:20
- 20대 재벌 중 16곳 영업이익률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10.3% 감소

- 금융당국 “제 2의 STX, 동양 없다..부실 대기업, 자산 매각해 유동성 확보하라” 강수

- 정치권, 화평법 화관법 등 기업 규제 법안 논의 이어가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한국 대기업의 작금의 상황은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가장 어려웠다”고 불리는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수익성이 더 떨어졌다. 기업을 둘러싼 대외환경도 녹록치 않다. 금융권은 부실 대기업에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마련하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정치권은 상반기에 이어 각종 기업 규제 법안을 논의 중이다.

3일 한국거래소와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20대 재벌그룹 계열사(금융사 제외)의 지난 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합계는 1076조원, 61조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6%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1000원당 벌어들인 수익이 56원이라는 의미다.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익성이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지난 2008년에는 63원, 금융위기 직 후인 2009년에도 64원으로 지난 해보다 약 10%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10년에는 78원까지 개선됐으나 2011년 63원으로 하락했고 지난 해 처음 60원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2008년과 비교해 수익성이 향상된 곳은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해 롯데, 부영 등 4곳 뿐이었다. 삼성그룹은 2008년 62원에서 지난 해 104원으로 67.7% 상승했다. 현대차그룹도 63원에서 77원으로, 롯데는 51원에서 47원으로, 부영은 180원에서 255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일부 우량 기업의 실적 호조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작년 동기 5.55%보다 상승한 5.94%를 기록했지만 사실 이는 이른바 삼성, 현대차 등의 ‘착시효과’인 셈이다.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는 기업들에 금융권, 정치권의 ‘채찍’까지 더해지고 있다. 거대 부실로 몰락 위기에 놓인 STX그룹, 동양그룹에 금융권이 대규모 유동성을 지원했지만 더이상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입장이다.금융 당국은 최근 조선, 해운, 건설 등 취약업종 대기업에 대해 자산매각을 서둘러 현금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경고에 대기업들도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동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동부건설이 보유한 각종 지분을 매각해 5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서울 동자동 오피스 빌딩 지분을 팔아 3000억원의 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지분도 매각해 1700억원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최근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이용해 회사채 2800억원의 차환 발행에 성공했으며 2145억원의 유상증자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각종 기업 규제 방안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 일자리 확대를 요구하지만 사실 기업의 요구는 잘 반영되지 않는 느낌이다”며 “산업 곳곳에서 경기 회복의 지표가 나타나고 있는데 (지금의 상황이) 회복 기회를 놓치게 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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