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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카제와 정명가도, 그리고 센카쿠 분쟁
뉴스종합| 2013-11-05 11:11
이제는 위안부 문제로 꼬여만 가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아베의 애절한 구애를 받아들일 명분을 만드는 일은 우리정부의 몫이다.


가미카제(神風)는 2차대전 때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를 일컫는다. 가미(神)는 신, 카제(風)는 바람이라는 뜻으로 신이 일으키는 바람을 말한다.

동북아 전쟁사에서 가미카제의 원조는 12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대륙을 장악한 몽골(원)군은 1231년부터 6차에 걸쳐 고려 땅을 유린한 후 피정복민을 방패막이로 삼아 일본 원정을 감행한다.

고려와 몽골군은 그러나 1274년과 1281년 원정에서 태풍에 휩쓸려 힘 한번 못 쓰보고 퇴각하고 만다. 당시 일본은 자신을 보호해준 폭풍우를 가미카제로 부르며, ‘신의 보호’를 받는 국민으로 자처하게 된다.

그로부터 300여년이 흐른 1592년 4월. 이번엔 20만이 넘는 일본군이 정명가도(征明假道ㆍ명나라를 치려 하니 길을 내어달라)를 내걸고 부산 앞바다에 나타났다. 명나라를 끌어들여 왜란을 끝내기까지 7년 동안 조선의 백성은 아비규환의 불지옥을 견뎌야 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 대륙과 섬나라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여 원치 않던 전쟁으로 고통을 겪어왔다. 그런데 불행히도 최근 동북아에 또다시 불길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김정은 권력 승계와 3차 북핵 실험으로 증폭된 긴장감은 중ㆍ일 간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갈등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ㆍ일은 이미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으며, 전쟁을 준비하는 단계로 돌입했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우발적 군사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전면전 확전 우려는 기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양측의 긴장 조성은 군비 증강 수단이지, 이판사판 난타전을 위한 수순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번번이 피해를 당한 우리로서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기 어렵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주변 맹주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재정난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미국이 일본의 기를 세워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우리에게 결코 우호적이진 않아 보인다.

한ㆍ중 관계도 밀월관계를 맞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순 없다.

복잡해진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는 이상 한ㆍ일 정상회담은 없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명분엔 백분 공감하지만, 과거에 매몰되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이제는 위안부 문제로 꼬여만 가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 이이제이(以夷制夷)는 아니더라도, 유연한 다자ㆍ실리 외교는 운신의 폭을 넓힌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아베의 애절한 구애를 받아들일 명분을 만드는 일은 우리 정부의 몫이다.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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