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게임=마약’? 그들이 반대 서명을 하는 까닭
뉴스종합| 2013-11-07 09:45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으로 규정되면 중동 등 보수적인 국가에 수출할 때 애로사항이 많다.”

최근 국내 한 게임업체의 해외수출 담당자는 “게임 내용과 관계없이 유해물로 인식하기 때문에 게임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회 보건복지상임위 법안소위원회에서 8일 논의될 ‘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게임을 4대 중독 물질에 포함해 국가가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일으키는 중독 물질의 하나라는 것이다.

게임이 정말 마약, 알코올과 같은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일까. 최근 열린 중독법 공청회에 참석한 정신의료계 및 민간단체들은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인터넷 중독을 게임 중독으로 한정할만한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정신과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기준(DSM-V)에서도 ‘인터넷 게임 장애’를 추가로 연구가 필요한 상태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로 게임과 장애 간 상호 신뢰성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전혀 없는 상태다.

게임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조원 이상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약 60%에 달하는 수치다.근거도 없이 수출 효자산업을 청소년 유해물질로도 부족해 중독물질로 낙인 찍으려 하니 종사자들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현재 진행 중인 반대서명에 열흘 만에 17만 명이 지지하는 데 이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지스타에서 상복을 입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일부는 “검은색 옷을 입고 플래시몹(불특정 다수가 한 곳에 모여 특별한 행동을 한 뒤 흩어지는 것)을 하겠다”며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이벤트는 지스타를 방문한 전 세계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 한국 정부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가 하대받는다는 사실을 알면 해외 관계자들의 불쾌감이 어떠할까. 수출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게 몰입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게임 뿐 아니라 독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시대에 주요한 여가활동이 된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인지, 기성세대의 고루한 인식에서 나온 것인지 돌아볼 시기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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