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행동주의 투자자’ 등쌀에 기업들 몸살
뉴스종합| 2013-11-11 11:02
‘배당 늘려라, CEO 교체하라.’

투자 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주의 투자’ 활동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실력 행사’에 열을 올리자, 이들의 사냥감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기업들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시장에서 행동주의 투자 활동이 지난 3년간 2배 넘게 급증하면서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11일 전했다.

실제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 건수는 2010년 172건에 머물렀으나, 지난 12개월 동안 415건으로 뛰었다. 3년 새 2.4배 급증한 셈이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손해를 본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투자영역을 금융기관에서 정보기술(IT)과 문화 등으로 확대하며 ‘기업 쥐어짜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에 자사주 매입이나 특별배당 형태로 수익을 주주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최고경영자(CEO) 교체요구 등 공격적인 기업 간섭도 이뤄지고 있다.

애플의 팀 쿡 CEO에게 공개적으로 자사주 매입 압력을 넣고 있는 월가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대표적이다.

또 대니얼 롭 서드포인트 대표는 소니에 엔터테인먼트 부문 분리를 요구한 데 이어, 미술품 경매업체인 소더비엔 최대주주 신분을 이용해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주의 투자전략효과는 높은 투자수익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이들이 기록한 투자 수익률은 53%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 상승률(24%)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FT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미국 투자 수익률이 2010년 이후 62% 상승했다”며 “앞으로는 그동안 경제회복이 더뎠던 유럽을 중심으로 행동주의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들의 표적이 된 기업들의 표정은 정반대다. 요구대로 주주 배당을 확대하면 내부 유보금이 줄어들어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단기 차익을 실현한 뒤 곧바로 손을 털고 나오는 투자자들도 많아 장기 실적 개선을 목표로 삼는 기업들에는 큰 손해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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