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앙회 그늘 벗고…자립금융 새 날개”
뉴스종합| 2013-11-13 11:09
중기·소상공인에 3조원 지원
농식품기업 경영컨설팅 제공
중앙회 의존 영업형태 탈피
시니어 상품 등 ‘농협금융’ 최선


“농협중앙회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시간이었다.”

신충식 NH농협은행장은 지난 2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12일 서울 충정로 본점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신 행장은 “과거 농협의 금융은 중앙회 내 신용사업이었다. 경쟁이나 치열함보다 협동조합의 부전공 사업 차원이었다”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다보니 (경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은행이 (중앙회로부터) 독립해 나왔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중앙회에 의존해 영업하는 행태를 꾸준히 고치면서 자립 금융기관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1979년 농협에 입사한 ‘35년 농협맨’ 신 행장은 중앙회 금융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런 그가 초대 농협은행장을 맡으면서 신(新)경영의 새 날개를 펼칠 토대를 닦았다.

신 행장은 중소기업과 고령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한계를 보이고, 알찬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한국사회의 고민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면서 농협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35년 농협맨 신충식 NH농협은행장이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농협금융이 가야할 길을 밝히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올 3월부터 전국의 영업본부와 중소기업 릴레이 방문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데다 지난달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ㆍ중소기업에 3조원을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 행장은 “중기청과 제휴를 통해 농식품 중소ㆍ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을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농협은행은 창조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우수중소기업 발굴 및 자금지원과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특히 농식품기업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는 등 농식품기업에 특화된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농식품금융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금융기관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젊은층도 미래 고령자. 고령화는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 행장은 “농협은행 50세 이상 고객은 34%로, 2010년말 대비 14% 가량 증가했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비중이 많은 편”이라면서 “최근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내 생애 아름다운 예ㆍ적금’과 같은 상품처럼 시니어층의 니즈에 맞춘 특화 상품 개발에 전력하겠다”고 말했다. 장년층 고객이 많은 게 고령화 시대를 맞아 되레 농협은행의 강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은 현재 517명인 은퇴설계 카운슬러를 내년까지 3600명으로 확대하고, 생애 설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시니어 고객을 위한 다채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사망보험이나 귀농ㆍ귀촌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그는 자회사 간 시너지 극대화도 수차례 강조했다. 신 행장은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계열사와 유통 등 경제사업을 결합한 상품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회라는 거대 유통조직은 농협은행의 든든한 후원자다.

농협은행은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쾌거를 이룬 것처럼 올해를 글로벌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첫 해외지점을 열었다. 중장기적으로 현지 글로벌 곡물기업들과 농협 간 연계사업 성사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바라고 있다.

또 지난 6일 류현진 선수와 2년간 광고모델 계약을 맺으면서 홍보 및 이미지 개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류 선수 계약과 관련해 신 행장은 “운이 좋았던 게 류 선수의 아버지께서 농협은행과 거래한 지 30년이 됐고, 나는 (충남) 예산 출신인데 부친은 아산 출신이라 고향 사람이라는 공감대가 컸다”고 말했다.

저수익 점포에 대해선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는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농협은행의 점포는 단순히 수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 있다”면서 “지역사회에서 농협은행의 역할을 함께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이 최근 그룹 차원에서 착수한 외부 경영진단과 관련, 신 행장은 “신경분리 2년이 다가오는데, 외부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 행장은 임기는 내년 3월. 그는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농협은행에 새 날개를 달겠다”고 했다.

조동석ㆍ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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