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지난해 불합리한 ‘연봉잔치’를 벌여 국민정서에 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은 지난해 총 3군데에서 월급을 정기적으로 받았다. 금융지주사(11억원)와 증권사(28억원), 보험사(50억원) 등 지주사와 자회사에서 모두 89억원의 성과보수를 받았다. 보수 총액을 일급여로 환산하면 24440만원을 하루에 번 셈이 된다. 이와 별도로 47억원의 배당금도 받았다.

현대그룹 회장도 현대증권 등기이사 자격만으로 지난해 1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박종원 전 코리안리 부회장은 지난해 영업실적과 무관하게 27억원 전액을 고정급으로 받았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정상적으로 경영성과를 평가하면 2등급에 해당하지만 보상위원회가 정당한 사유 없이 등급을 상향조정해 1등급으로 결정함으로써 단기성과급이 10% 높아지기도 했다. CEO 평가 지표를 주관적인 항목으로 설정해 거의 만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성과보수의 70~80% 이상을 항상 보장되도록 한 금융사도 있었다.

퇴직 시 특별공로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수당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김종열 전 하나금융 사장은 지난해 퇴직할 때 각각 35억원과 20억원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았다. 박종원 부회장은 올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173억원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았다.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은 통상(재직기간) 1년당 1개월치(월급)’로 정해졌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금융사 CEO의 평균 연봉은 금융지주사 15억원, 은행 10억원, 금융투자사 11억원, 보험사 10억원 등이었다.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사 CEO만 따지면 각각 21억원과 18억원, 16억원, 20억원으로 올라간다. 이는 일반 금융사 직원 연봉의 20배가 넘는 액수다.

한편 유럽에서 천문학적 급여를 받은 기업 임원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진 가운데 스위스는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의 격차를 12배로 제한하는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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