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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경제5단체장의 헌정 사상 첫 만남... ‘평행선’을 그을 수 밖에 없는 이유.
뉴스종합| 2013-11-15 15:33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이런 자리가) 헌정사상 처음인 줄 몰랐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경제5단체장과 여야 원내대표 간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전 원내대표 뿐만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표 기관 간의 ‘대면’이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사실을 저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사상 최초’라는 화려한 수식과 함께 경제5단체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시간30분 동안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첫 만남은 늘 어색한 법입니다. 마음의 앙금이 있으면 어색함은 배가 됩니다. 이날 간담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국회에서 기업을 옥죄는 내용의 의원입법이 숱하게 등장하면서 재계는 여러차례 아쉬움을 표출해왔습니다.

하지만 결실은 없었습니다. 결국 간절함이 앞선 경제5단체장이 함께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사실 정치권에 뿔이 날대로 나있지만 일단 직접 설득을 통해 결실을 이뤄 보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이날 재계가 여야 원내대표에게 ‘조속 처리’를 촉구한 법안은 10개입니다.부동산 시장 정상화, 투자 활성화, 중소기업 지원이 핵심 골자입니다. 취득세율 영구인하, 중소기업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 제외,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 마련, 합작투자를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등이 포함됐습니다. 앞으로 경제 현안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하기 위해 여야 정책위의장과 경제5단체 부회장들이 ‘실무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소통의 포문을 연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사실 이날 만남에서 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습니다. 조속한 입법을 요구한 10가지 법안은 사실 여야 간, 또 정치권과 재계 간에 의견이 크게 엇갈리지 않는 법안들입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와 경제5단체장간의 정책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서로가 마음이 불편한 내용은 따로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나 순환출자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대상으로 하는 ‘상법개정안’ 등입니다. 화평법(화학물질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률)이나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재계는 근로기준법개정안에 대해서만 “신중한 처리를 요구한다”고 말했을 뿐 상법개정안 등 다른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첫 만남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야당은 첫 만남에서도 뾰족했습니다. 부동산 활성화 관련 법안 및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이견이 적은 일부 법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오늘 통과시키자’는 입장을 보였지만 민주당은 ‘좀 더 논의하자’며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이날 ‘어떤 법안을 언제 통과시킨다’는 등의 합의는 이뤄진 게 없는 셈입니다.

게다가 전 대표는 “그동안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비판 등으로 그동안 (재벌이) 존경을 받지 못한 면이 있다“고 꼬집었고,“오늘은 민생안정, 경제활성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앞으로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서도 재계와 정치계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만남은 당연히 의미있는 자리였지만 결실은 없었습니다. 정치권과 재계가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게 됐지만 여전히 서로는 평행선 상에 있습니다. 폭을 좁혀가려면 좀 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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