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대화록 완성본 있는데 초본에 집착한 ‘이상한 검찰’
뉴스종합| 2013-11-18 08:07
[헤럴드 생생뉴스]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결과를 지난 15일 발표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이는 수사결과를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는 정치권의 공방 탓도 있지만, 검찰의 편향된 시각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전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화록 발언 중 초본에 ‘임기 동안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라고 언급된 부분을 완성본에서 ‘NLL 문제는 다 치유된다’고 수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실제 언급과 달리 표현을 바꾼 것은 ‘본질적인 내용’까지 건드린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이다. 이는 대화록 초본을 매우 가치 있는 사료로 인식하는 검찰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초본이 가치를 인정받을수록 초본 삭제를 범죄행위로 보고 기소한 검찰의 판단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수사결과 ‘해결’을 ‘치유’로 바꾼 것은 참여정부 측이 임의로 수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 녹음내용을 확인해 정확하게 고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 내내 초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4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초본과 완성본에)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 사라진 본(초본)이 완성본에 더 가깝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검찰이 실제 녹음내용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초본의 내용이 완성본보다 더 정확하며 더 나가 완성본이 뭔가 ‘조작’됐을 것이라는 예단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완성본은 호칭, 말투 등만 실제 발언과 달랐고, 특히 NLL 관련 발언은 초본보다 더 정확했다.

검찰은 대화록 내용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수사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는 검찰의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 중에 “NLL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다”, “우리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놓고 이걸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헛갈린다” 등을 발췌해 적시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NLL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참여정부 관계자는 “검찰이 이런 발언을 적시하면서까지 강조하고 싶은 게 무엇이겠는가. 과학적으로 입증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더니 추정과 편견으로 점철된 결론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단순히 온라인 결재 여부로 대통령기록물인지 아닌지 따지다 보니 NLL 관련 실제 발언이 더 잘 반영된 완성본은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하지 않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초본의 경우 ‘이지원’ 시스템에서 결재(대통령의 열람)가 이뤄졌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이고, 완성본은 국가정보원에 넘겨지고 대통령에게 구두 보고가 됐는데도 결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대통령기록물로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출력해 보관하던 완성본 문건을 파쇄한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빠지고, 초본을 삭제한 부분만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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