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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00통, 11초에 1통 배달’ 집배원이 쓰러진다
뉴스종합| 2013-12-03 09:54
[헤럴드 생생뉴스]지난달 18일 충남 공주의 한 우체국에서 비정규직 집배원으로 일하던 오아무개(31)씨가 택배 배달 업무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쓰러졌다.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엿새 뒤인 24일 경기도 용인시에선 배달 업무를 하다 오토바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정규직 집배원 김아무개(46)씨가 숨을 거뒀다. 27일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충남 당진 한 우체국 창구직원 이아무개(54·여)씨가 숨졌다. 한달 사이 우정본부 소속 노동자 3명이 연달아 숨을 거둔 것이라고 한겨레가 전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과 ‘집배원 장시간·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운동본부)는 이들 노동자의 사망 원인으로 장시간 노동이 불러온 과로를 지목했다. 오씨는 새로 발령받은 우체국에서 업무량이 늘면서 피로에 시달렸고, 김씨 역시 사고 발생 전날에 밤 10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는 등 일상적으로 과로를 했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연구소가 2일 공개한 ‘집배원 노동자의 노동재해 및 직업병 실태와 건강권 확보방안 보고서’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지난 3~4월 한달 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집배원 노동자 246명의 노동실태를 표본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사 결과, 집배원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긴 시간을 일하면서도 임금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도중 다치는 재해율도 전체 노동자 평균을 웃돌았다.

정규직 집배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3364.8시간에 달해, 전체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2013년 3월 기준 2226.5시간)보다 1138.3시간 길었다. 비정규직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도 정규직 집배원과 같은 3364.8시간이었는데, 이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2127.4시간보다 1237.4시간이나 긴 것이다. 정규·비정규직 집배원 모두 전체 노동자 평균보다 연간 1000시간을 넘겨 일한 것이다. 물량이 몰리는 추석·설 등 명절 때 하루 노동시간은 15.3시간에 이르렀다.

반면 임금은 더 적었다. 연평균 임금을 연평균 노동시간으로 나눈 단위시간당 평균임금은 정규직 집배원의 경우 9543.5원, 비정규직 집배원의 경우 6144.7원을 받았다. 이는 전체 정규직 대비 62%, 비정규직 대비 78% 수준이다.(표 참조)

이런 장시간·저임금의 노동환경은 집배원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다. 조사 결과,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호소하는 집배원이 74.6%에 달했다. 10명 가운데 7명 남짓이 아프다는 얘기다. 당장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 의심자도 43.3%였다.

업무를 마친 뒤 탈진 경험을 수치화한 탈진 점수도 48.2%에 달했다. 집배원 절반가량이 일을 마치고 탈진 현상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2011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나온 43.5%보다 높은 수치다. 보고서는 “일평균 배달 물량인 2000통을 실제 배달시간인 6시간으로 나누면 11초에 1통씩 배달해야 한다. 집배원 노동자들이 탈진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은 “집배원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근골격계질환의 주요 원인은 장시간 노동이다. 인력 충원과 업무량 조절을 통해 휴게시간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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