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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이 상황에 CI 교체라니
뉴스종합| 2013-12-04 11:45
금융위원회가 기업 이미지를 나타내는 ‘CI 교체’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역할과 기능이 모호했던 금융감독원과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얘기인데, ‘굳이 이 시점에’라는 의문이 붙는 것은 왜일까.

금융위 CI는 흰색 바탕에 옅은 갈색을 띤 두개의 입체원으로 표현돼 있다. 금감원 CI와 색깔만 다르지 거의 똑같다. 

금융위 관계자는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분리될 때 CI를 바꾸려고 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못했다”면서 “내부적으로 CI 교체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I 교체가 숙원 과제였던 것이다.

금융위의 CI 교체 작업은 일면 설득력이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름부터 헷갈린다. 

두 기관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는 사람도 드물다. 이들을 감시하는 국회의원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니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다. 정체성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문제는 시점이다. 동양증권, KB국민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의 잇따른 금융사고로 어수선한 금융권을 통제해야 될 금융위가 한가하게 CI 교체 작업이나 하고 있다는 비판부터 나온다. 한 금융인은 대뜸 “이 판국에 CI를 교체한다고?”라면서 쓴소리를 내뱉었다.

또 은행, 보험, 카드, 증권 할 것 없이 전 금융업계가 ‘수익성 비상’에 걸려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거는 마당에 금융위가 불요불급한 곳에 국민의 세금을 쓴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는 내년 예산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데 금융위는 돈 쓸 생각부터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주문하면서 금융위는 멀쩡한 인도 블록을 갈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내년에 출범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생각해도 CI 교체는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금융감독체계가 바뀐 뒤 금융위와 금감원, 금소원의 역할을 알리는 등 CI를 교체할 계기가 올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위는 ‘이 판국’에 CI를 교체할 시점도 명분도 맞지 않다.

최진성 (경제부)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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