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런 은행가’들에 대한 벌금 폭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미국 법무부가 JP모간체이스에 모기지증권 부실판매 혐의로 130억달러(약 13조79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한데 이어,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이 리보금리 조작에 가담한 주요 글로벌 은행들에 칼을 빼들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4일 리보금리를 조작한 주요 글로벌은행 10여 곳에 역대 최대 규모의 벌금 부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벌금액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총 15억유로(약 2조1629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예상했다. 이는 지금까지 EU가 반독점 행위와 관련해 기업에 부과한 벌금 중 최고치다.

EC의 표적으로는 프랑스의 크레디트아그리콜과 소시에테제네랄, 독일의 도이체방크, 영국의 HSBC,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미국의 JP모건체이스 등이 거론된다. UBS는 자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해 이번 벌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EC가 리보금리 조작 사건으로 벌금을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국과 영국 등 규제 당국은 리보사건에 연루된 UBS, RBS, 바클레이스, ICAP, 라보뱅크 등 5개 은행에 총 37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금리 조작에 가담한 개인 7명은 기소됐다.

국제 금융 거래에서 기준금리로 쓰이는 리보 금리 조작 사건은 지난해 6월 일부 글로벌 은행들이 담합해 금리를 고의로 낮추고 영국과 미국 은행들이 이를 묵인 혹은 방조해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다. 리보(Libor) 금리는 영국 런던에서 은행들이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말한다. 이번 사건에는 유리보(유로존 은행간 금리)와 엔리보(엔화표시 리보), 티보(일본의 도쿄 은행간 금리)가 문제가 됐다.

EU 규정에 따르면, 개별 기업에 대한 벌금은 연 매출의 최대 10%까지 부과될 수 있다. 지금까지 EU내 담합과 관련해 매겨진 벌금 중 가장 큰 액수는 브라운관(CRT)와 관계된 14억7000만유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