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기수ㆍ자국 축구영웅’ 홍명보-마르크 빌모츠=홍명보 감독과 빌모츠 감독은 닮은점이 많다. 한국과 벨기에 축구영웅 출신인 데다 각각 올해와 지난해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며 감독으로서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경험한다. 또 홍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을 보좌했고, 빌모츠 감독도 2009년 대표팀 코치로서 벨기에 감독에 선임된 아드보카트 감독을 도운 인연이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주전 수비수와 미드필더로 맞대결한 추억이 있다. 홍 감독은 2004년, 빌모츠는 2003년 각각 은퇴한 뒤 16년 만에 브라질에서 양팀 사령탑으로 만나게 됐다.
팀 컬러도 비슷하다. 한국은 17세 이하 대표팀부터 호흡을 맞춰온 ‘홍명보의 아이들’로 A대표팀의 틀을 짰다. 홍명보 감독은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대명제 아래 탄탄한 조직력,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빠른 공격 전개로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입혔다. 벨기에는 1985~1993년생이 주축이 된 이른바 ‘황금세대’로 월드컵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벨기에의 호날두’로 불리는 에당 아자르(22·첼시)를 비롯해 마루앙 펠라이니(26·맨유), 크리스티앙 벤테케(23·애스턴빌라), 무사 뎀벨레(25·토트넘), 로멜루 루카쿠(20·에버턴), 뱅상 콤파니(27·맨시티), 토마스 베르마엘렌(27·아스널), 시몽 미뇰레(25·리버풀) 등이 뛰며 ‘Now or never(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한다)’를 모토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성공적인 지도자 검증을 받은 데 반해 빌모츠 감독의 지도력엔 아직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60대 백전노장’ 파비오 카펠로-바히드 할리호지치=‘백전노장’들의 명예회복이 관심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아드보카트 후임으로 러시아를 이끌고 있는 카펠로 감독은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적 명장이다. 이탈리아 AS로마와 유벤투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클럽을 수차례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고 2008년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에서 독일에 1-4로 완패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우승 청부사’로서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무대다.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답게 안정적인 수비와 중원을 구축했다. 주공격수인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31)와 로만 시로코프(31·이상 제니트), 세르게이 이그나세비치(34·CSKA모스크바), 이고르 데니소프(29·디나모 모스크바), 알란 제고예프(23·CSKA모스크바) 등 국내파 위주로 신구 조화를 잘 이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의 사령탑 중 한 명인 카펠로는 미술품 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만 1000만 파운드(약 172억원)에 이른다.
보스니아 출신의 명장 할리호지치 알제리 감독 역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 코트디부아르를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올려놨지만 2010년 초 네이션스컵서 디디에 드록바를 앞세우고도 8강서 알제리에 패퇴, 월드컵 본선을 4개월 남겨놓고 경질됐다. 공교롭게도 패배를 안긴 알제리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또한번 본선행을 이끌었다. 4-2-3-1을 기본으로 중원 장악과 빠른 역습을 전개한다. 1993년부터 프랑스에 정착한 데다 많은 선수들이 프랑스리그에서 뛰고 있어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축구를 혼합한 색깔을 선보인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