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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北 개혁 · 개방 이끌어야
뉴스종합| 2013-12-11 11:18
군복 차림의 인민보안원 2명이 자리에 앉아있던 장성택을 끌어냈다. 두 팔이 잡혀진 장성택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난 9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연행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반당ㆍ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했다는 장성택에 대한 북한 매체의 보도는 가차없고 무자비했다.

장성택 숙청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신중하다. 북한 당국의 장성택 숙청을 공식확인했던 지난 9일 중국 외교부는 “조선(북한)의 내부적 사안”이라며 구체적 평가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전통적인 중ㆍ조 우호협력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북한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셈이지만 중국 지도층은 속으로는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이번 사건에 깜짝 놀랐을 수도 있다.

장성택은 북한의 대표적인 친중파로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장성택과 그 측근들은 오래전부터 북ㆍ중 관계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황금평 특구 등 북ㆍ중 경협 전반을 주물러왔다.

중국은 장성택을 연결고리로 경협을 벌이면서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해내려고 했다. 개혁ㆍ개방을 통해 북한 경제가 호전되면 북한 정세가 안정되고 김정은 정권 내에서 장성택의 입지도 강화되어 강경파를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실각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을 근거로 일부 해외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장성택과 ‘거래’해온 중국에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을 등에 업고 ‘공고진주(功高震主ㆍ신하의 공은 높지만 황제를 불안하게 만든다)’를 한 장성택을 제거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숙청에 대해 중국은 절대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특히 중국 측은 이번 사태가 가져올 부정적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우선 군부의 힘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우려감을 갖고 있다. 이번 장성택의 실각은 군부가 장성택 일파에 대해 일으킨 ‘미니 쿠데타’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권은 기본적으로 군이 장악하고 있다.

장성택을 내밀고 이권을 되찾은 군 강경파는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ㆍ중 간 경협 차질은 물론이고 6자회담 재개마저도 어렵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다.

다음은 북한 경제 악화 및 김정은 체제 붕괴 가능성이다. 강경파의 득세로 북한이 핵무장에 더 신경을 쓰고 북ㆍ중 관계 악화로 경협 파이프마저 녹이 쓴다면 북한의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로 인해 김 씨 일가 체제에 대한 반란이나 내전 등이 발생해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보다 더 불안해진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런 불안은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갈 때 해소될 수 있다. 그 열쇠는 사실상 중국이 쥐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개혁ㆍ개방으로 나갈 수 있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할 시기가 온 듯하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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