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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안전벨트 부품소재 가공성 향상…年 2억 절감 · GM에 600만개 공급
뉴스종합| 2013-12-11 11:27
철강, 특수강 등의 소재를 가공해 기초부품을 만드는 기업에서 혁신적인 원가절감이란 너무도 먼 이야기이다. 제철사로부터 소재를 구입해 압연을 하고 또 구부리거나 잘라내는 것이 공정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러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므로 조립공정 혁신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인 것이다.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에 자리한 현성정공(대표 박현준)은 자동차용 안전부품 전문업체 디비아이와 함께 새로운 원재료를 발굴함으로써 11%에 달하는 원가절감 혁신을 이뤘다.

현성정공이 모기업인 디비아이와 함께 중소기업청과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이 운영하는 원가절감형 대ㆍ중기 공동사업 과제에 참여한 것은 올 5월이다. 디비아이를 통해 ‘하이트 어저스트(Height Adjuster ASMㆍ자동차 안전벨트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철제부품)’를 GM 본사와 한국GM 등에 공급하는 현성정공은 지난 2006년부터 7년 동안 제품 생산에 ‘SPFH50’이라는 특수강 소재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SPFH50 특수강 소재의 뛰어난 성능이 오히려 문제가 됐다. 기본 두께가 3.5T에 이르는 SPFH50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려면 이를 2.5T 두께로 고르게 펴는 압연 과정이 필요했을뿐더러, SPFH50의 인장력이 590 정도로 강해 가공성이 떨어졌다. 즉, 제품의 기본 성능을 뛰어넘는 ‘오버스펙’의 제품을 만드느라 추가비용을 불가피하게 내야 했던 것이다.

현성정공은 지난해 11월 SPFH50을 대체할 수 있는 원자재 찾기에 나섰다. 원자재 위탁구매업체인 대한스틸을 통해 다양한 소재를 물색했다. 이어 수차례 시험을 거친 끝에 ‘SAPH440’이라는 새로운 특수강 소재를 발굴, 올 8월에는 시제품을 완성했다. SAPH440의 인장력은 440 정도로 가공성이 SPFH50보다 뛰어나다. 물론 제품이 요구하는 안전성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품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가공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성정공 직원이 제품 생산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원가절감형 대ㆍ중기 공동사업 과제 지원비로 받은 5000만원은 이후 SAPH440 소재를 이용한 제품의 금형제작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새로운 소재로 만든 시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벤딩, 커팅, 타공 등 20개 이상의 공정이 하나로 집약된 금형이 필요한데, 그 금형 제작에만 2500만원가량이 소요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밖에 없다. 현성정공은 내년 1월부터 양산되는 SAPH440 소재 제품을 통해 연간 2억4500만원 정도의 원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재의 가공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금형의 마모가 줄어들어 부가절감효과도 2000만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모기업인 디비아이와 주 거래처인 GM과의 관계도 공고해졌다.

박현준 대표는 “원가절감 혁신 공로를 인정받아 디비아이 측에서 해당 소재를 사용한 제품의 물량을 보장해줬다. 현재 GM 측에 연간 600만개의 물량을 공급하는데 이번 혁신을 계기로 향후 900만개에서 1000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금형 제작과 제품 도장 등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다른 부문을 추가로 물색해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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