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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혁 교수“전립선암 후유증 로봇수술로 잡는다”
라이프| 2014-01-06 08:50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고령남성들의 암’ ‘황제의 암’ ‘착한 암’ 등은 전립선암의 ‘별칭’이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이나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 등 권력자들이 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 ‘황제의 암’이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이제 전립선암은 누구나 흔하게 걸리는 ‘평민의 암’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육류를 주로 섭취하는 서양에서 주로 많이 발병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부동의 남성암 발생률 1위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병률이 급증하는 추세다.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2011년 한 해 동안 남성 기준으로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에 이어 5번째(8.1%)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홍준혁(49·사진) 교수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전립선암 수술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수’ 중 한 명이다. 특히 복강경수술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전립선암 분야에서 로봇을 이용한 섬세한 수술로 정평이 나 있다. 홍 교수는 지난해 7월에 개소한 ‘로봇수술의 메카’인 서울아산병원 로봇수술트레이닝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전립선암은 과거 60~70대에 주로 발병해 ‘아버지 암’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삼촌 암’으로 불릴 만큼 40대 이상에서도 많이 발병합니다. 다른 암에 비해 ‘5년생존율(92%)’이 높아 ‘착한 암’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조기발견에만 그렇고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면 평균 생존기간이 2년 반으로 줄어들고 말기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0.9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독한 암’으로 모습을 바꿉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우리나라 남성들의 전립선암이 서구인들보다 고위험군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사람들보다 암분화도(글리슨 점수라 불리며 암세포의 공격성을 의미함)가 높은 환자가 많은 특징이 있어 다른 장기로의 전이 위험이 높은 편이에요. 서양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순한 암’인 데 비해 우리나라 환자들은 암분화도가 높은 소위 ‘센 암’이 많이 발병하는데, 그 원인은 인종적인 차이 정도로만 추정할 뿐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어요.”

홍 교수가 요즘 가장 연구력을 집중하는 분야는 ‘로봇수술’이다. 전립선암 수술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예방을 위해 전립선과 정낭을 함께 떼어내는데, 문제는 전립선을 떼어내면 요실금과 발기부전, 사정장애 같은 후유증을 겪는다는 점이다.

“전립선 주변엔 그물처럼 촘촘한 성(性)신경과 요도괄약근이 있어, 잘못 건드리면 암보다도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어요. 이런 후유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수술이 바로 로봇수술입니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무게 20g의 작은 전립선을 최대 15배로 확대한 영상을 보며 개복수술로는 난코스인 요도와 방광을 다시 꿰매는 작업은 물론 전립선 주변의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며 암 덩어리만 떼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수없이 많은 전립선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했지만, 홍 교수는 수술을 결정할 때마다 망설이고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결정의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 하나 때문이다. “선생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홍 교수는 “환자에게 그 질문은 단순히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함께 지키고 싶은 중년의 남자가 인생의 기로에 서서 던지는 질문이기 때문이죠.” 

환자들이 이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홍 교수는 과연 이 결정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환자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고 한다. 홍 교수는 만나는 사람마다 50세부턴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를 매년 받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PSA 검사는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전립선암은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어느 암보다도 좋은 종양이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암경험자 100만명 시대입니다.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조기검진과 예방을 생활화하세요. 겁먹을 필요 없어요”라며 수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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