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브랜드 진출 시장 포화상태
기능성 전문화장품 시장은 유망
“국내에서는 아무리 질이 좋아도 중소기업 제품은 잘 팔리지 않잖아요. 그래서 해외 시장,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동남아 시장에 한국 업체가 워낙 많이 진출하다 보니 여기에서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난 2012년 9월 자체 화장품 브랜드 ‘레이디킨’을 내놓고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윤수 유셀 대표는 6일 최근 동남아시아 화장품 시장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셀은 지난 2005년부터 ‘스킨푸드’ ‘토니모리’ ‘모나리자’ 등 여러 화장품회사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ㆍ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쌓아온 중소기업이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2월부터 베트남에 13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지 반응이 미지근하다”며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외 화장품업체들이 이미 많이 진출해 있다 보니 중소기업이 홍보ㆍ마케팅에서 열세에 처하는 등 국내와 비슷한 경쟁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3년 평균 성장률 34.7%를 기록하며 국내 중소기업에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던 베트남 화장품 시장이 과당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1997년 ‘드봉(De Bon)’의 첫 시장 진출 이후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우후죽순 베트남에 상륙,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베트남 공략 가속화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
베트남 화장품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서 판매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는 100개가 넘으며, 이 중 90%가 ‘로레알’, ‘크리니크’, 오휘’(LG생활건강), ‘라네즈’(아모레퍼시픽)와 같은 유명 제품이다. ‘지오라미’ ‘코리아나’ ‘더페이스샵’ ‘미샤’ 등 국내 중소ㆍ중견 화장품기업의 브랜드만 해도 10여개가 훌쩍 넘는다.
이에 따라 야심 차게 베트남 진출을 시도한 중소기업의 매출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 대표는 “같은 동남아 시장이지만 베트남의 매출이 태국이나 싱가포르보다 못하다”며 “올해 베트남에서 10만달러(약 1억원)가량의 매출밖에는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지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든 총비용을 감안하면 적자를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올 초부터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수입 유통업체와 접촉해온 한 중소기업 관계자 역시 “대중 브랜드를 중심으로 기업별 입지가 공고해지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베트남의 1인당 GDP가 1500달러 정도인데 그에 비해 너무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난립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능성 전문화장품 등의 시장은 아직 초기화 단계에 있기 때문. 지난 5일 베트남 년쎈 사와 20억원 규모의 천연 기능성 화장품 ‘누보셀’ 공급계약을 맺고 베트남 화장품 프렌차이즈 사업 진출을 시작한 금성테크 관계자는 “하노이보다 시장 규모가 큰 호찌민을 중심으로 우선 6개의 점포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코스메슈티컬, 바이오 등의 분야는 아직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