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아닌 크리스탈과 아크릴물감으로, 한지가 아닌 캔버스 위에 그렸다. 게다가 선도 디지털 사진의 픽셀처럼 끊겨있다.
이 작품은 전통적 수묵산수화를 디지털화 하는 작업을 해온 황인기(63) 작가의 그림이다. 작가는 9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산수화나 자신이 찍은 풍경사진 혹은 세잔느 정물화 등 이미지를 컴퓨터를 통해 픽셀로 환원시킨 후, 이것을 붓이 아닌 크리스탈, 플라스틱 블록, 실리콘 등을 활용해 표현하는 독특한 작업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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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기 ‘오래된 바람 09 183’, 크리스탈, 캔버스에 아크릴,180×180㎝, 2009. [사진제공=일우 스페이스] |
낯익은 이미지를 낯선 재료로 표현하니, 기표(시니피앙)와 기의(시니피에)가 확실하게 분리된다. 기의엔 적합한 기표가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새로운 시선에 의해 재구현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황인기 작가의 산수는 서소문 ‘일우 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2월 26일까지.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