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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회장의 이유있는 변신...현대百, 오후 7시면 PC 끈다
뉴스종합| 2014-01-14 09:08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오는 15일부터 현대백화점 본사의 모든 컴퓨터는 오후 7시가 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진다. 전국 13개 점포도 오후 8시 30분에 꺼지도록 돼있다. 밤 늦도록 불이 켜지는 유통업계로선 이례적인 조치다.

현대백화점이 유통업계에선 처음으로 퇴근 후 개인용컴퓨터(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PC-OFF) 시스템’을 도입한다. 정지선 회장이 올해들어 심혈을 기울여 이끌고 있는 대대적인 조직문화 혁신의 일환이다. 정 회장의 ‘이유있는 변신’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에 도입되는 PC 오프 시스템은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업무 행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매출과 업무 효율 스트레스의 짐을 안고 있는 상태에선 창의적인 업무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업무시간의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인 셈이다.

이에따라 현대백화점 본사는 오후 7시, 각 점포는 오후 8시 30분에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져 다음날 오전 6시에 켜지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조만간 현대홈쇼핑과 현대그린푸드 등 주요 계열사에도 PC 오프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PC 오프 시스템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근무 여건 조성의 하나로 정지선 회장이 제안해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회장은 지난해엔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전체 조직원들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며 “올해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그룹 전체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계속해서 변신을 꾀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PC 오프 시스템 도입이 정 회장의 ‘이유있는 변신’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정 회장의 ‘이유있는 변신’은 그간 성장과 안정이라는 양대 축을 통해 경영체질을 개선했다면, 이제부터는 한단계 점프 업(jump-up)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침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오는 2020년 매출 20조, 경상이익 2조라는 목표는 직원들로부터 나오고, 이는 도전과 창조적인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03년 취임 이후 그룹 매출 규모를 5조5000억원에서 11조로 두 배 가량 늘렸다. 2000억원에 그치던 경상이익도 8800억원으로 늘었으며, 8400억원에 이르던 순차입금도 모두 갚아 이젠 부채없이 약 1조 이상의 실탄을 보유하는 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가구업체 리바트를 비롯해 국내 최고 패션회사인 한섬을 인수하며 덩치를 불려 이젠 백화점의 선순환 사업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반도 갖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정 회장은 그간 안정 속 성장전략을 통해 그룹의 선순환 사업구조와 효율성을 어느정도 담보했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직원들의 도전과 창조적인 문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올 연초 시무식에서 베스트 첼린저상을 도입해 백화점과 홈쇼핑 직원 29명에게 포상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번에 베스트 첼린저상을 수상한 백화점 상품본부 패션사업부 박재선 주임(입사 3년차)은 “매출목표 20% 밖에 달성하지 못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당당히 회장 표창을 받게되니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박 주임은 이제껏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디자이너 브랜드의 온라인몰 입점’을 시도해 현대H몰 현대백화점관에 ‘신진디자이너 온라인 전문관’을 오픈했지만, 오픈 4개월간 매출은 목표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는 참패를 겪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온라인몰을 통해 백화점 문턱을 낮춰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 선택 기회를 제공하는 신선한 시도를 인정해 포상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새롭게 추진하려고 했던 사업들이 실패하더라도 시도가 좋았다면 포상을 해서 전 직원들이 새롭게 도전하려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도입됐다”며 “앞으로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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