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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탐욕…한국은 왜 휘황찬란하기만 할까?
뉴스종합| 2014-01-14 11:28
대한민국의 밤은 ‘휘황찬란’하다. 네온사인과 저(低)전력의 발광다이오드(LED)등(燈)으로 숨 막힐 지경이다. 어디를 가도 정신없는 빨ㆍ주ㆍ노ㆍ초ㆍ파ㆍ남ㆍ보의 멋진(?) 등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을 혼미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은 이미 이 휘황찬란함에 익숙하고, 마치 색(色)의 찬란함이 경연이라도 하듯 서로 앞 다퉈 더 돋보이고, 더 화려한 전등을 내건다. 여기에 시끄러운 음악을 덧붙인다. 그래서 서울의 아니 대한민국의 거리는 아수라장, 그 자체다. 정신없이 색감을 자랑하는 통에 귓가에 속삭이듯 은은한 노래를 틀고, 눈가를 찡그릴 필요 없는 시나브로 빛을 발산하는 등을 설치한 식당은 시끄러움과 요란함을 무기로 내세운 옆 식당에 묻히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은은함을 내세웠던 식당들은 하나, 둘씩 그 요절복통 속으로 뛰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가까운 유원지도 그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서로 선명성 전쟁이라도 하듯, 건물에 LED 등으로 옷을 입혔다. 유흥지에 들어선 모텔은 서로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모시기 위해 휘황찬란한 빛으로 포장을 하고, 횟집, 호프집도 밝은 빛을 내뿜는 등이 없으면 손님이 안 들어올 것이라고 걱정이라도 하는 듯 앞다퉈 싸구려 등을 달았다.

이에 반해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단 화려한 등은 고사하고, 손님을 유혹하는 시끄러운 음악도 없다. 수십년은 족히 되는 듯한 거미줄 친 등에, 세월이 묻어나는 오래된 가구, 닳아 낮아진 문턱 등이 그 식당의 맛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런 식당에 더 열광하고, 추위에도 줄을 서 자신의 대기순서를 기다린다.

해외의 경우는 도시 자체가 빛을 자제하고, 빛을 통제한다. 즉 빛의 탐욕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꽃보다 할배ㆍ꽃보다 누나’ 에서는 다양한 해외 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 출연자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엮었다. 아시아 국가는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빛의 탐욕이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유럽의 유명한 여행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꽃보다 누나 마지막 편에 나온 여행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는 절제된 빛으로 여행객은 물론 시청자들의 눈까지도 즐겁게 해준다. 꼭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듯한 각종 고색창연한 등은 TV를 통해 보는 시청자들에게까지도 여행지의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해줬다.

몸과 마음, 눈과 귀를 쉬고 싶어 떠나는 여행. 그러나 대한민국의 여행은 쉴 수 있는 게 아니라 바쁘게 몸과 마음을, 눈과 귀를 움직여야 한다. 유럽의 여행과는 전혀 다르다. 미국의 뉴욕도, 프랑스의 파리도, 일본의 동경도 빛의 탐욕은 보이지만, 미국, 프랑스, 일본 전체가 게걸스러운 빛이 지배하고 있지는 않다. 쉴 수 있는 여행지에는 절제되고, 은은하며, 부드러운 빛뿐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해 관광ㆍ문화 강국을 대한민국이 현재 꿈꾸고 있다면, 빛에 휘둘리지 않고, 빛과 어울리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 밝음이 밝음이 아니고, 어두움이 어두움이 아니다. 밝음만 좋고, 어두움은 무작정 나쁘지 않다. 밝음이 탐욕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어두움이 절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허연회 정치부 차장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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