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사진 찍은곳, 자릿세 내야하나?...삼척선 케나 이전 작품 상받기도
라이프| 2014-01-19 16:12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자신이 낸 ‘솔섬’ 사진 저작권 소송과 관련해 한국법정에 출두한 이후 사진애호가들이 숱한 논평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케나는 최근 헤럴드경제에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대한항공 광고물에 사용된 사진을 찍은 작가(김성필씨)에 대해서는 감정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나는 유독 대한항공에만 이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대한항공 광고에 실린 솔섬 사진은) 내 사진과 촬영 지점이 동일하고 똑같은 곳에 삼각대를 놓고 같은 각도로 찍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사진작가을 겨냥하는 듯한 진술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한 아마추어 여행사진작가는 “케나는 대한항공만이 자신의 적(敵)인 것으로 말하면서도, 사진찍은 지점을 문제삼으면서 비슷한 사진을 찍은 다른 사진 작가도 겨냥하고 있다”며 케나의 이중성을 지적한 뒤, “케나의 주장대로라면, 케나가 사진 찍으면서 디딘 발자국에 발이 닿으면 자릿세를 내야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행 칼럼니스트 신모(51)씨는 “케나의 솔섬 사진(2007년)이 유명세를 탄 것을 계기로, 최근 몇 년간 대한한공이 솔섬 이미지를 어떻게 해서든 손쉽게 활용해 보려는 욕심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찍었고, 배경과 앵글이 다르며, 색조까지 다른 사진을 저작권 침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흘러가는 구름, 소나무들이 물에 비친 반영의 흐림, 바람 등이 케나의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여러 논란들을 종합해 보면, 다른 권리를 다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콘텐츠의 생산행위 즉,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는 지적이 우세한 상황이다.

솔섬이 소속된 삼척시에는 이 섬을 찍은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삼척 지역 일부 사진 애호가들은 “케나가 (오히려) 내 사진 저작권을 침해했다”라는 농반진반(弄半眞半)을 건넨다. 삼척시청이 주관 또는 후원한 사진공모전의 역사를 뒤져보면, 마이클 케나 보다 먼저 찍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사진설명=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보다 빠른 2006년 삼척관광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 '호산의 여명']

케나가 솔섬 사진을 찍을 해보다 1년 빠른 2006년에 열린 제2회 삼척관광사진공모전에서는 케나의 사진과 비슷한 앵글의 작품 ‘호산의 여명‘이 입상한 것으로 나와있다. 

네이버 블로거 ‘obanginters’는 “나도 케나보다 1년 빠른 2006년에 솔섬 사진을 찍은 바 있다”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케나의 사진과 대한항공측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은 사진이지만 느낌이 전혀 틀리다. 풍경사진이 그런 것 아닌가. 같은 장소라 해도 찍은 당시의 시간, 날씨, 담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인물이나 사유지가 아닌,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을 거기서 거기인 각도와 구도만으로 저작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진=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보다 빠른 2006년 블로거 ‘obanginters’씨가 찍은 솔섬 사진]

이 블로거는 “마이클케나는 과연 자유로운가?”라고 묻는다. 그는 이어 “솔섬에 가보면 알겠지만, 하천이 직선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배를 띄우지 않는 한 찍을 만한 각도와 구도의 폭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진애호가들은 “사진처럼 모방이 쉬운게 없다보니, 작가의 아이디어를 저비용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도 문제이지만, 조금만 유명세를 타면 기업 등을 상대로 몸값을 키우려는 일부 작가들도 문제”라고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전시를 눈앞에 둔 케나측의 ‘노이지 마케팅’일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abc@heraldcorp.com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obanginters?Redirect=Log&logNo=90188458871]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