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간제 교사의 눈물
뉴스종합| 2014-01-20 11:32
마다 늘어나 작년 4만명 넘어
“정교사 대타·인력 돌려막기 비애
“내정자 있다” 해고 예사 파리목숨




# 1.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인천의 한 종교 계열 사립초등학교에 근무했던 A(28) 씨는 “다시는 종교 계열 학교는 가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지난 2009년 인터넷을 통해 이 학교의 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응시한 A 씨에게 학교 측은 “1년간 함께 일해본 후 정교사로 전환할지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공고문에 근무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측의 제안이 의아했지만 이미 최종 면접까지 끝난 상황이어서 A 씨는 근무를 결정했다. 하지만 첫 출근날, A 씨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교내 19명의 교사 중 7명이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었던 것. 예상대로 1년이 지난 후 학교는 A 씨를 정교사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만 1년 연장했고, 이듬해인 2011년 2월 “내정자가 있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 2. 중학교 공통사회 교사인 B(34) 씨는 한때 ‘수학 교사’이기도 했다. 수학이 전공과목은 아니지만 기간제로 일한 학교에서 “명문대를 나왔는데 대학 때 수학 과외 같은 건 해봤을 것 아니냐”며 중 1 수학을 가르칠 것을 지시한 것. B 씨는 “교사를 더 채용하기 애매할 때 기간제 교사에게 전공과 상관없는 과목을 떠넘기는 일은 흔하다”고 했다.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 숫자가 4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기간제 교사에 대한 부당한 처우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초ㆍ중ㆍ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는 4만493명이다. 지난 2011년 3만5727명에서 2년 만에 13%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시기 전체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원 숫자는 42만7689명으로, 2011년 42만2364명에 비해 소폭(1.2%) 늘었다.

전체 교원 숫자는 늘리지 않고 기간제 채용으로 인력을 메우고 있는 현상을 대변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기간제 교사들의 아픔은 점점 커져 갈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은 “임신 등으로 일정 기간만 휴직하는 사례가 많은데, 모두 정교사로 채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관련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내정자를 정해놓고, 이른바 ‘인력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사립초등학교의 경우 내정된 특정 인물이 오기 전까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해당 기간제 교사에게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일정 기간 후 정교사로 전환해주겠다는 헛된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또 기간제 교사에게 전공하지 않은 과목을 가르치게 하는 상치 교과의 문제도 심각하다. 제2외국어나 가정 등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과목은 정규 교사를 채용하지 않고 기간제 교사에게 가르치게 해 일부 기간제 교사는 방학 동안 따로 비전공 과목의 학원에 다니는 촌극도 벌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의당 소속 정진후 의원은 지난 2008년 사립학교가 결원 보충 사유로 임용한 신규 교원 중 84%가량은 불법 임용된 기간제 교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소수 과목의 경우 육아휴직 등으로 선생님이 휴직했을 때 그 인력을 모두 정교사로 채용할 수는 없다”며 “교사와 학교가 기간제로 계약을 맺은 것이니 법적 문제는 없다”고 했다.

김무성 한국교총 대변인은 이에 대해 “부족한 부분은 정규 교원으로 채용해 장기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교사를 공무원 총정원제 개념이 아닌 교육부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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