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세계경제 온도계 ‘백금’이 뛴다
뉴스종합| 2014-01-22 10:59
가격역전 ‘기현상’ 발생땐 세계경제 불안 징후
2008년 금융위기-Fed 양적완화 기간 역전현상 대표적

자동차 부품 수요 높은 백금 경기회복 ‘바로미터’
남아공 광산노조 파업소식에 추가 상승 전망도


‘황금이냐 백금이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귀한 보물인 금과 백금의 상반된 얼굴에서 세계 경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제 금값이 글로벌 경제의 바로미터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백금과 금값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 앞날을 가늠할 주요 지표로 급부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각국 중앙은행의 대표적 준비자산인 금은 ‘통화의 얼굴’인 반면, 백금은 공업용으로 세계 경기 영향을 받기 쉽다”며 “백금과 황금의 가격 차이로 세계 경제의 온도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고 전했다.

▶‘파죽지세’ 백금=백금의 가격 상승세가 무섭다. 20일(현지시간) 런던선물시장에서 백금은 전일보다 1.3%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1469.5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여 만에 12%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29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긴 금과 200달러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금값은 이날 트로이온스당 125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백금은 앞으로도 더욱 몸값이 치솟을 전망이다. 최대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3대 생산업체가 23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면서 공급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세계 백금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남아공의 광산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결정하면서 백금 값이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금ㆍ백금 격차 세계 경제 바로미터=기본적으로 백금은 금보다 비싼 광물이다. 다름 아닌 희소성 때문이다. 2012년 금 생산량은 2864t인 반면 백금은 176t에 불과했다. 무려 16배 차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매매 규모도 막대한 차이를 보였다. 뉴욕에서 거래된 금선물은 6조6399억달러인 반면 백금은 2505억달러에 그쳤다.

이 같은 희소성 때문에 백금은 통상적으로 금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금값이 백금을 추월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세계 경기에 불확실성이 만연할 때다. 글로벌 경제가 불안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금값이 백금가격을 넘어서게 된다.

투자ㆍ자산목적이 강한 금과는 달리 백금의 경우 수요의 60%가 공업용이다. 그 중 40%는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촉매제로 사용돼 세계 경제 현 주소를 반영한다.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 백금 수요가 감소하고 백금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는 이치다.

단적인 예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2008년 12월 발생한 11년 만의 가격 반전이다. 당시는 단기에 그쳤지만, 이후 찾아온 2차 역전은 2011년 말부터 2013년 중반까지 장기간 진행됐다. 이 시기는 미국이 2차, 3차 양적완화로 무차별 달러를 살포한 때로, 금이 백금 가격을 웃돈 기간이 긴 만큼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금값 웃돈 백금, 세계 경제 청신호?
=백금과 금값의 격차가 200달러 이상 벌어진 것은 2011년 8월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회복에 힘입어 ‘출구(양적완화 축소)’를 모색하면서 금값의 움직임이 위기모드(금값상승)에서 정상궤도로 수정됐기 때문에 가격 역전현상이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백금의 몸값 상승으로 세계 경제를 낙관하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리스크 자문회사인 MRA는 “백금 가격을 금 가격으로 나눈 비율이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평균과 상관관계가 강해지고 있다”며 “가격배율이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이른 지난해 말 1.1배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회복과 미국 주가상승이 계속되면 배율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닛케이는 “이와는 반대로 확대율이 감소해 가격차가 다시 좁혀지면 세계 경기와 증시에 암운이 드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MRA의 니무라 나오히로 대표는 금값과 연동해 “금 하한가는 온스당 1100달러 정도”라면서 “금 가격이 1100달러대에서 배율이 1.3 배로 상승하면, 백금 가격은 1430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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