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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 SK맨된 ‘반도체 신화’ 임형규
뉴스종합| 2014-01-23 11:13
SK그룹이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ICT(정보통신기술)ㆍ성장추진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임 부회장은 SK텔레콤 부회장으로 그룹 내 ICT 관련 기업인 SK텔레콤, SKC&C, SK하이닉스를 총괄하며 기술융합과 비전 제시, 미래 설계 등을 총괄한다. 에너지와 통신을 양대 축으로 하는 SK그룹에 ICT라는 새로운 축을 세우는 것이다. SK그룹은 이를 위해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별도의 ICT 관련 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산증인이다. 1988년 세계 최초로 256K EEPROM을 개발했고, 1993년에는 4M FastSRAM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1997년에는 64M 낸드플래시로 세계 반도체 역사를 다시 썼다. 이후 삼성의 시스템LSI 분야를 세계 최고의 반석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이 기른 ‘초특급 엔지니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그의 취미는 의외로 ‘역사책 읽기’다. 학창시절부터 역사와 철학, 사회과학 분야를 섭렵했다. 이공계 출신이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신념이다. 그는 가까운 지인에게 IT혁명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의 ‘Next Society’를 자주 추천한다. 임 부회장이 강조하는 인재상도 한 분야만 파는 ‘I’자형이 아닌, 넓게 보고 깊게 사고하는 ‘T’자형 인재다. “혁신기술을 창출해야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 동료에 대한 존경심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런 임 부회장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며 스스럼없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ICT 분야에 관심이 많은 최 회장은 공ㆍ사석에서 임 부회장을 만나 업계 동향을 전해듣곤 했다. 특히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 임 부회장이 최 회장에게 SK하이닉스의 향후 사업전략 등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기술과 R&D뿐만 아니라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위한 큰 그림에 목말라 있던 최 회장은 임 부회장의 폭넓은 지식과 철학도 눈여겨 봤다. ‘그룹 가치 300조원’ 목표 달성을 위해 각 계열사의 고군분투를 넘어선 새 비전 제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최 회장은 그룹 전체의 융합기술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책임질 적임자로 임 부회장을 선택했다. SK 관계자는 “SK그룹 내 임 부회장과 친분있는 CEO들이 삼고초려했고, 삼성 측의 양해로 영입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역사와 철학, 사회과학 분야를 겸비한 임 부회장이 SK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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