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불붙은 글로벌 M&A…산업의 흥망성쇠 보인다
뉴스종합| 2014-01-25 16:29
[헤럴드경제 =한지숙기자]‘레노버-IBM’ ‘구글-네스트랩스’ ‘버라이즌-인텔’ ‘산토리-빔’….

새해벽두부터 글로벌기업들의 굵직한 인수합병(M&A) 소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계륵인 사업을 버린 기업이 있는가하면, 이를 타산지석 삼아 사업 포트폴리오에 주워담는 기업도 있다. 이 달 성사된 글로벌 M&A 속에서 산업의 흥망성쇠와 기술의 흐름이 읽히고 미래가 보인다.

▶스마트홈, 인터넷TV, 헬쓰케어 ‘뜨고’ =거대 인터넷 기업 구글의 M&A는 야심차다. 2006년 10월 유투브(인수금액 16억5000만달러), 2011년 8월 모토로라 모바일(125억달러), 2013년 6월 웨이즈(9억7000만달러) 등을 잇따라 인수해 온 구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스마트홈업체 네스트랩스를 32억달러(3조3826억원)를 주고 사들였다. 이는 모토로라 모바일에 이어 두번째로 덩치가 큰 인수액이다.

구글의 네스트랩스 인수는 스마트홈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네스트랩스는 디지털자동온도조절 장치 제조사다. 거주자의 움직임, 빛의 변화를 감지해 알아서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스마트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이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원격 조절이 가능한 일종의 ‘사물인터넷(IoTㆍInternet of Thing’이 적용된 제품이다. 구글은 이미 휴대전화, TV 등 하드웨어 분야로 사업 보폭을 넓혔고, 얼마전에는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의 매출 구조는 85%가 인터넷 광고로 여전히 인터넷사업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스마트기기군을 늘려 수입원을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전도유망한 새로운 기회에 돈을 걸겠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고, 그 기회란 홈오토메이션, 웨어러블 컴퓨팅, 자가운전 자동차(셀프-드라이빙 카)가 손꼽혔다.

인터넷TV 분야에서도 연말연초 M&A가 활발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지난 21일 인텔과 인텔의 클라우드TV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에 합의했다. 인터넷TV 셋톱박스인 ‘온큐(OnCue)’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서다. 양사는 1분기 안에 인수합병건을 마무리짓는다. 앞서 지난해 에릭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IPTV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통신네트워크에서 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했다.

가정에 셋톱박스를 달아 방송,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즐길수 있는 인터넷TV 시장은 미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4분기에 신규 유료 가입자가 무려 233만명이 늘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4% 증가한 1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실리콘밸리의 그림을 바꾼 헬스케어 분야에서 M&A도 달아올랐다. GE가 자난 6일 실험용 장비업체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의 생명과학 3개 사업부를 10억60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며, 지난 8일에는 제약사 포레스트연구소가 경쟁사 아프탈리스를 29억달러에 인수할 뜻을 밝혔다.

▶PC 하드웨어ㆍ양주(洋酒) ‘지고’ =중국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는 23일 IBM의 저사양 서버 ‘x86’을 23억달러(2조4725억원)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20억달러는 현금으로 3억 달러는 자사 주식으로 지급하는 조건의 계약이다. 이는 중국 기업의 해외 M&A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IBM으로선 저사양 서버 사업은 계륵이었다. IBM은 마진율이 낮은 저가 서버 사업을 정리함으로써 앞으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같은 고부부가치 사업에 더 비중을 실을 예정이다. WSJ에 따르면 IBM 하드웨어 사업은,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터넷환경이 모바일로 급변하면서 지난 4년간 하향세를 타 왔다.

반면 레노버는 서버 사업을 연구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 확보함으로써, 늘고 있는 중국 내수 수요에 발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양위앤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10년을 위한 좋은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PC 시장은 성숙해져 점점 더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x86’ 서버 같은 저사양 서버는 중국에서 향후 4년간 연 5~8% 성장이 기대된다. 이는 전세계 시장 성장률 전망치 2~5%에 비해 배 가량 높은 것이다. 레노버는 지난 2005년 IBM의 PC사업을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세계 최대 PC제조사로 발돋움한 바 있어, 이번 인수로 8년전과 비슷한 시너지 효과를 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초 글로벌 주류업계에선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의 미국 위스키 회사 빔 인수가 화제였다. 산토리는 총 160억달러(약 1조6500억엔)에 인수, 일약 세계 3위의 주류회사로 등극했다. 산토리는 일본에서 자체 위스키를 제조해 판매해왔지만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성장의 한계를 겪었다. ‘짐 빔’으로 유명한 빔은 미국 뿐 아니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에도 판매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산토리는 해외 부문에서 날개를 달게 됐다.

미국 주류회사가 아시아 기업에 인수된 건, 서구 주류업계의 쇠락의 상징쯤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프랑스, 영국의 주류 명가들은서구 술 소비 시장이 정체를 보이자, 중국 시장 의존도를 키워 왔지만 지난해부터 사진핑 국가주석의 ‘정풍’ 여파로 인한 중국 수요 감소로 올해 이익 하락 위기에 직면해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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