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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망치한’ 재 확인한 삼성-구글, ‘갤럭시-안드로이드’가 10년 더 지배한다
뉴스종합| 2014-01-27 09:48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삼성전자와 구글이 지난 10년을 지배했던 ‘갤럭시-안드로이드’ 조합으로 되돌아 왔다. 모토로라 인수로 스마트폰 시장을 노렸던 구글과 바다와 타이젠으로 OS독립을 꿈꿨던 삼성전자 모두 결국 ‘모험’ 대신 ‘안정’을 택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10년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진 27일 IT 업계에서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세계 1등을 달리고 있는 두 회사가 경쟁 대신 협력을 택한 것은 양사는 물론, 업계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특허 계약을 기반으로 취약했던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2000년 대 초반부터 ‘바다’, ‘타이젠’ 등을 통해 OS독립을 계속 시도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바 있다.

‘안드로이드’로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구글을 뛰어넘을만한 혁신의 한계 때문이다. 최근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마트폰 OS시장에서만큼은 여전히 최약체로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구글과 특허 라이선스를 통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다. 차세대 IT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클라우드 및 모바일 광고 등에서 구글의 특허를 자유롭게 활용함으로써, 삼성 스마트폰 및 태블릿, 그리고 웨어러블 컴퓨터 등의 경쟁력도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구글의 다양한 특허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면, 미래 성장산업 시장을 선점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토로라 인수 이후 제대로 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선보이는데 실패한 구글도 세계 1위 제조업체를 동지로 만들었다는 점이 소득이다. 구글은 2011년 125억 달러에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도 스마트홈 업체 네스트(Nest Labs)를 32억 달러에, e커머스 업체인 채널 인텔리전스(Channel Intelligence), 소셜 웹 분석 업체 포스트랭크(PostRank), 로봇 기술 업체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등을 사모은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구글TV, 자동차 등 하드웨어 시장에 계속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성과는 기대이하라는 평가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물론, TV 등 각종 가전제품과 차세대 입는 컴퓨터의 기반인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도 강점을 지닌 ‘순망치한’ 격인 삼성전자를 등에 업음으로써, 애플 및 MS와 OS전쟁에서 승리를 굳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삼성과 구글의 특허 동맹은 스마트폰과 OS 시장 모두에서 후발 주자들의 도전 의지를 꺾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세계 최고 휴대폰 제조업체였던 노키아를 인수해 유럽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윈도우폰 부활을 노렸던 MS, 그리고 타이젠을 기반으로 구글과 애플에 내줬던 마켓 부가수익 되찾기를 노렸던 세계 각 국의 통신사 모두 당분간 ‘갤럭시-안드로이드’ 조합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IDC는 2015년 이후에도 안드로이드는 45.4%의 점유율로 OS 1위 자리를 더욱 굳힐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역시 40%에 육박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2위권과 격차를 더욱 늘리고 있다.

한편 애플과 삼성이 펼치고 있는 특허 소송전에도 이번 라이선스 계약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소모적·배타적 경쟁이 아닌 상호 협력을 통해 혁신과 성장을 추구해 나가기로 선언함에 따라 IT 업계 전반에 특허 공유에 대한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의미다. IT 업계 한 전문가는 “진정한 혁신은 법정이 아닌 시장에서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과 성장의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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