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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테이퍼링…한국도 안심 못하는 이유
뉴스종합| 2014-02-03 11:12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수년간 자본 유입 규모가 컸던 일부 신흥국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튼튼해진 기초체력이 이런 판단의 근거다. 

그러나 내수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 가계 부채, 문제 기업들의 더딘 구조조정, 기업 자금 시장의 양극화 문제 해결 없이는 한국 경제의 도약은 요원하기만 하다. 여기에다 신흥국 불안 확대가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금융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 3일 원/달러 환율은 10.6원 급등한 1081.0원에 개장하면서 테이퍼링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결정으로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재점화된 가운데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원가량 급등하면서 출발했다. 외환은행 본점 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금리 딜레마… 인상은 내수에 악재=테이퍼링은 금리 상승을 불러온다. 신흥국발 불안의 영향이 제한적이더라도 테이퍼링은 돈줄을 죄는 것이어서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

신흥국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위기의 진원지인 아르헨티나의 올 1월 말 국채(10년물) 금리는 전년 말 대비 2.85%포인트 급등했다. 미국과 일본의 국채 금리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면서 하락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상승 분위기는 유효하다.

이런 금리 상승은 내수에 경기 활성화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에 악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가계 부채는 991조7376억원. 그러나 지난해 4분기를 거치면서 1000조원을 돌파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판단이다.

테이퍼링이 초래한 금리 상승은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면서 내수 부진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금리 상승기를 맞아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가계 부채와 내수 활성화에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뾰족한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더딘 구조조정이 발목=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취약 부문 중 하나로 부실 징후 기업을 꼽았다. 신 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 이들을 끌어안고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에도 문제 기업들의 부실이 시장의 불안을 확산시킬 수 있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사전 조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속도는 더디다. 동부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의 인수 후보는 안갯속이다. 동부는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이다.

한진해운의 정상화는 산 넘어 산이다. 채권단의 반대로 영구채 발행이 무산되는가 하면, 올해도 해운업 회복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현대그룹은 매각 자산과 방식, 규모 등을 놓고 산업은행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자금 시장 양극화 극심=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회사채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상위 등급에서 큰 폭으로 축소됐다.

회사채 AA- 등급 3년물의 스프레드는 지난달 27일 기준 0.43%포인트로, 지난해 말보다 0.08%포인트 줄어들었다. AA+ 등급과 AA0 등급의 스프레드도 한 달 새 각각 0.08%포인트 축소됐다. AAA 등급의 스프레드는 0.09%포인트 줄었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신용 등급이 다른 회사채 간의 금리 격차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통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확대되고 경기가 나아질수록 축소된다. 반면 A 등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 축소 폭은 미미했다. 1월에 A+ 등급과 A0 등급의 스프레드는 각각 0.0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고, A- 등급은 변동이 없었다.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대기업 편중 현상은 여전하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액 중 중소기업 발행액은 242억원으로, 0.1%에 불과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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