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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금융시장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뉴스종합| 2014-02-05 11:11
요즘 중국에선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춘제(春節·설)를 앞둔 지난달 14일 중국 궁상(工商)은행이 만기가 돌아오는 30억위안 규모의 신탁상품에 대한 원금상환을 보장할 수 없다고 고객들에게 통보하면서 그림자금융이란 ‘시한폭탄’이 재깍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신탁증권은 최대 11%라는 고수익을 조건으로 중청신탁(中誠信托)을 발행한 상품이다. 중국 최대 은행인 국영 궁상은행이 판매를 대행했다. 이 상품은 중국 경제의 핵심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그림자금융의 한 형태다.

700여명이 맡긴 돈은 산시(山西)성의 석탄채굴회사인 전푸(振福)에너지의 유상증자에 투자됐다. 그런데 중국의 공해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석탄시세가 떨어지면서 이 회사의 어려움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경영자마저 부정회계로 당국에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파산위기에 몰렸다.

결국 1월 31일 만기를 앞두고 궁상은행 측은 이례적으로 투자자 구제 불가를 선언했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궁상은행은 판매사 역할만 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상환해줄 의무는 없다.

그렇지만 깡통을 차게 생긴 투자자들 일부는 상하이 궁상은행 지점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중국 최대은행이 판매를 대행한 그림자금융 상품이 첫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리면서 이번 사태는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림자금융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올해 중국 정부가 다뤄야 할 수많은 부실 그림자금융의 첫 사례였기 때문이었다. 사상초유의 신탁증권 디폴트 사태는 막판 극적으로 해소됐다. 중청신탁이 자금을 지원해줄 ‘새로운 투자자’를 찾았다면서 원금상환을 약속한 것이다. 새로운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 금융당국이란 설이 유력하다.

시위 등 투자자들의 반발과 춘제 연휴 직전의 자금시장 충격 등을 고려해 당국과 은행이 자금지원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자금융이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은행과 같은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예금이율이 낮고 민영기업 대출이 까다로워 이 같은 그림자금융 상품은 갈수록 규모가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 정부는 14조6000억위안을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최대 30조위안에 달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그림자금융의 부실이다. 경영이 불안한 기업이나 채산성이 의문시되는 프로젝트에 자금이 대거 투자됐기 때문이다. 그림자금융이 곪아터지면 그 파급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조치에 대해 문제를 뒤로 미룬 것일 뿐이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유사한 신탁증권이 산적해 있는 만큼 디폴트가 발생하는 그림자금융 상품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구제조치를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장의 힘에 따라 금융기관을 정리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이 취약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낳는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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