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반
好~ 好~ ‘관광코리아 키’ 그래도 요우커
라이프| 2014-02-06 11:04
2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속속 들어왔다. 63빌딩은 춘제(春節ㆍ설) 연휴(1.31~2.6)의 마지막 여행 일정을 즐기려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서울 시내 지하철 등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눈에 띈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해외 관광객이 1200만명을 넘어섰고, 중국인 관광객은 432만명을 기록해 중국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한국에 가장 많이 여행한 나라가 됐다.

▶중국의 개정 여유법이 노리는 것=하지만 중국의 여행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개정 여유법(旅遊法)의 시행으로 해외 단체관광이 줄고 개별 자유여행으로 유도하고 있다. 명분상으로는 자국민의 저가 해외단체관광 상품 피해를 막는다는 취지이지만, 해외여행을 줄이고 국내여행을 많이 하라는 조치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 직격탄이 한국에도 떨어졌다. 실제로 이번 춘제기간 동안 국내 중국 전문 인바운드 여행사가 내놓은 상품의 판매가 꽤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중국 여유법 개정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석호 레저경영연구소장은 “저가의 제로 패키지 투어가 없어지고,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마트나 백화점도 제값을 받고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면서 “관광시장이 교란된 것을 바로잡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9년부터 매년 100만명 정도씩 늘어났다. 지난해는 엔저와 정치적인 마찰 등으로 일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이 그 부분을 충분히 상쇄해줘 전체적으로 120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올해는 관광객 1300만명을 돌파할 것이냐가 최대 관심사다. 그 키를 중국이 쥐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춘제 연휴로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직전부터, 방한 외국인 관광객 환대 분위기 확산을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이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일반여행업협회, 한국방문위원회, 그랜드코리아레저 등이 ‘외국인 손님맞이 친절한 대한민국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최대 입국객인 중국 관광객에 대한 환대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국관광공사 및 관련 지자체들은 인천국제공항 등 4개 국제공항과, 인천항 등 2개 항만에서 장소별로 다양한 환대 행사들을 열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입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기념품과 안내책자를 배포하고, 5일까지 주요 관광지를 방문해 쿠폰북에 스탬프를 찍어오면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지난 1월 31일 입국객들에게 감귤과 삼다수를 제공하며 환영 분위기를 달궜다.

1월 27일부터 2월 7일까지 관광공사 주최로 시행되고 있는 ‘친구야 놀러와’ 프로모션은 중국 관광객에게 보다 실질적이다. 중국인 FIT(자유여행) 관광객 100팀을 중국 SNS를 통해 모집해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 학생이 주제별 여행 코스에 동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관광공사가 추천한 서울, 경기, 강원의 겨울 관광지 코스를 함께 여행하며 여행자의 언어적ㆍ문화적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 있다.

문체부 김기홍 관광국장은 “이번 캠페인은 춘제를 맞아 방한한 중국 관광객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환대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사람들의 따스한 정감이 물씬 풍기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외국인 손님들에게 남겨 줄 수 있도록 했다”면서 “특히 앞으로 어떤 영역이건 중국을 빼고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중국 관광객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을 하며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관광객의 불만은 음식과 홀대?=중국관광객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중국 관광객의 만족도는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중국이 한국여행 재방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의 저가 패키지 상품과 음식점, 바가지를 불만사항으로 제기하고 있다.

호텔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지휘 베이징 석유화공학원 교수도 중국인의 한국관광 때 최대 문제점으로 식사 불만을 지적했다. 한국의 식당 규모가 작아 비좁은 것을 중국인들이 싫어한다는 것. 이 교수는 “중국인은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데 한식은 기름이 적고 주로 탕 종류와 김치 반찬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중국인도 남방과 북방민의 식습관과 문화적 토양이 다르므로 이를 연구해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이어 “중국인은 항상 쇼핑을 원한다. 동대문시장ㆍ명동 쇼핑은 좋다. 바다가 있는 제주도도 좋다. 난타쇼도 좋아한다”면서 “하지만 중국인에 대한 관광 가이드는 부족한 편이다”고 덧붙였다. 장 광루이 중국사회과학원 여유(旅遊)연구센터 주임연구원도 “중국인의 꿈은 집, 차, 여행이다. 중국에는 집에선 아끼고 밖에선 많이 쓰라는 말이 있다”면서 “중국인은 럭셔리 여행과 교육, 의료관광이 증가세인데 제주 섬여행을 좋아하고 난타처럼 시끄러운 걸 즐기며 김치만들기도 좋은 경험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왕서방 지갑 열었네’라는 식의 보도에 대해서는 특히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지어 “한국인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중국 관광객들도 있다. 어린 아이의 웃는 표정이 별다른 이유가 없듯, 아무 이유나 조건 없이 좋은 느낌으로 맞이해 달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관광객에 대한 환대의식을 확산시키는 것은 지속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될 작업이다.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들의 기호와 함께 마음도 얻는 전략이어야 한다. 사진은 춘제(春節ㆍ설)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

▶중국인이 좋아할 만한 여행 테마 개발해야=이와 함께 중국여행객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 테마와 지역개발에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관광객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가 한류관광이다. 지난해 10월 경남 진주에서 열린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Korea Drama Festival)에 중국 관광객 200여명이 전세기를 타고 입국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중국팬들이다 보니 매우 좋은 반응이 나왔다. 이들은 스타들을 볼 수 있는 시상식과 콘서트 외에도 진주관광까지 겸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도 중국인 대상 한류관광은 더욱 다양하게 개발될 여지가 있다.

지난해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의 중학생들이 안동에 있는 유교체험 테마파크인 ‘유교랜드’를 방문했는데, 이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중국에는 공자 등 유학을 접할 수 있는 서원은 곳곳에 있지만, 유교문화를 에듀테인먼트 공간으로 조성한 ‘유교랜드’ 같은 곳은 없다. 우리도 역사적 인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듯이 중국도 공자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다. ‘유교랜드’는 공자가 어려서 창고관리인을 하고 노나라의 관리로 일하고 제자들의 활약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일생 동안 했던 103가지 일을 그려놓은 ‘공자성적도(孔子聖蹟圖)’를 전시하기도 했다. 유교의 인의예지신과 자기사랑, 이웃사랑, 나라사랑을 설명할 때는 중국 학생들이 열심히 들었다는 것이다. 유교랜드 유석환 관장은 “유교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유교가 사라져가고 있다. 중국 학생들도 자신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외국에서 접하면서 신기한 듯 둘러보고 갔다”고 전했다.

중국 관광객은 서울을 가장 많이 방문하고, 제주와 부산도 좋은 ‘스폿’이다. 제주는 중국인이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고 중국의 큰손들은 이미 제주에 투자를 크게 강화했다. 중국의 란딩그룹, 바이퉁그룹 등이 제주에 리조트를 조성하고 있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주로 오는 중국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조건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크게 히트한 예능은 중국판 ‘아빠 어디가’인 ‘파파취날’이었다. 시즌2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파파취날’ 시즌2를 제주에서 촬영한다면 제주는 중국인에게 더욱 친숙한 공간이 될 전망이다.

부산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꽤 늘었다. 이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 초량의 차이나타운이다. 부산시가 상하이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이곳에 상하이거리까지 조성해놨다. 중국 관광객들은 이곳에만 오는 게 아니라, 여기서 연결되는 산복도로인 ‘이바구길(이야기길)’을 찾는다. 부산의 경치가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초량 이바구길’은 요즘 뜨는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개발을 최소화하는 도시 재생사업 일환으로 조성된 이바구길이 중국 관광객에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