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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면 거리 방황하는 ‘치매 노인’ 예방책은?
라이프| 2014-02-09 11:22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최근 들어 치매를 앓던 노인이 실종되는 사건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제주에서는 80대 노인이 실종된 지 8일만에 숨진채 발견됐으며, 인근 마을의 또 다른 70대 할머니도 실종된 상태로 알려졌다.

실제로 치매환자들은 주로 낮에는 유순하지만 해가 진 오후만 되면 안절부절 못하거나, 집 밖에서 방황을 하기도 하며 심지어 밤새도록 밖을 헤매면서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를 ‘일몰 후 증후군’이라 하는데 해가 진 이후에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배회를 하다가 불안해하기도 하며, 쉽게 화를 내고 흥분하거나 난폭한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환각이나 환청, 망상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치매 환자들이 배회를 하는 이유는 뇌기능의 저하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전두엽 기능 중 실행기능의 장애가 있으면 당면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를테면 목이 마르면 냉장고에 가서 물을 꺼내 마셔야 하는데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곤란을 겪는 것이다. 또한 두정엽의 기능이 저하된 치매환자들은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심지어 집안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다. 


치매환자의 배회를 막기 위해서는 문제행동의 원인이 되는 것을 해결해 줘야 한다. 치매 환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뇌 세포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기억해 내고, 행동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따라서 자꾸 다그치기 보단 그런 그들을 이해하고 격려하며 감싸줘야 한다.

대개의 경우 환자의 기억력을 되살리기 위해서, 때로는 답답하고 화가 나서, 환자에게 무엇인가를 자꾸 기억해 보게 하고, 기억 못하면 못한다고 다그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환자에게 스트레스와 좌절감만 안겨줄 뿐이다.

그 결과 증상은 더욱 악화되고, 때로는 벽에 똥을 바르는 것과 같은 문제 행동이나 공격적 행동으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

문제행동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라도 환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가족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 후에 특히 초조감을 보이는 치매노인이 있다면 식후에 낮잠을 자도록 하면 문제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

서울시 북부병원 치매클리닉 김정화 과장은 “밤이 긴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외출 빈도가 적어 외부자극이 줄어드는데,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욕구 불만에 의해 배회나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문제행동 때문에 자칫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는 만큼 가족들의 관심이 필요하며, 외출 시에는 신원 확인 팔찌를 착용하도록 하고 옷이나 지갑에 환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넣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한 김 과장은 “환자들은 기질적 뇌기능 장애와 함께, 배고픔, 배변 등의 기본적인 생리적 문제부터 평소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의한 상호작용, 감염 등으로 인한 신체적 불편감을 호소할 수 있는 만큼 정기적인 진료와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일몰 전부터 방에 미리 불을 켜놓는 것도 도움이 되며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들의 관심을 가져야한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며, 식후 20~30분 산책하기, 화초 기르기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 관심을 갖고 환자가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인지기능의 손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공놀이, 풍선놀이, 수건 접기 등 단순 반복적인 활동이 효과적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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