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고위급 접촉 격 높여 계속 추진해야
뉴스종합| 2014-02-13 11:17
남북 고위급 접촉이 별 성과없이 끝났다. 새 정부 들어 첫 고위급 만남인 데다 북한 측 요청으로 이뤄졌기에 거는 기대가 컸으나 현격한 견해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북한 측은 여전히 적대적 군사행위 중단 같은 해묵은 주장만 되풀이했다. (북한에 대한) 존엄 모독, 언론 비방과 중상 등 대남 비판으로 일관하다 돌아가 버렸다.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뒷다리만 잡으려 한 북한이나, 이를 설득 못한 우리 측이나 모두 많이 부족했다. 이번 만남이 남북관계 진전의 디딤돌이 될 것을 소망했기에 국민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

그렇다고 이번 접촉의 의미마저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이번 만남은 북한 주석궁과 청와대의 최고통치자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실세 대리인들의 만남이었다. ‘통일은 대박’이라며 어느 때보다 대북 관계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난 극복을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측 도움이 절실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사실상 직접 대화를 시작한 셈이다. 첫 단추가 잘 채워지지 않았다 해서 실망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계속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현안들을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청와대도 김정은 위원장의 직계라인인 통일전선부나 국방위원회 쪽과 직접 대화할 수 있었던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차제에 남북 최고위급 핫라인의 재개를 추진해 볼 만하다. 대남 사업의 실세라는 원동연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혹은 그 윗선과의 상시 채널 구축이 절실하다. 명칭도 다음에는 ‘접촉’에서 ‘회담’으로 격상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 측을 설득해 만남을 정례화하고 대표의 격을 높이는 문제도 논의해 볼 만한다. 당장의 성과가 기대되지 않더라도, 군사훈련 일정이나 정치권 변화 등과 무관하게 남과 북이 꾸준히 현안을 논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잦은 만남과 대화가 남북 정상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전쟁의 위험을 없애고 평화공존의 기반을 닦는 것이다.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이번 만남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한ㆍ미 군사훈련, 남북 경제교류 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 모든 남북 현안들이 이 만남 안에서 논의되고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록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지만 14시간에 이른 12일의 고위급 접촉은 분명 서로에게 남긴 것이 많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후속 만남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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